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방문을 계기로 재계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존재가치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8일 전경련을 전격 방문했다. 안 후보의 경제단체 방문 자체가 다소 놀랍기도 했지만 전경련 측이 최근 정치권의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전경련은 그 동안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나름 목소릴 내왔기에 이날 만남은 의미가 컸다. 또 재계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 전경련이 강한 주장을 내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전경련은 안 후보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안 후보와 전경련 회장단과의 비공개 만남 이후 공개된 이날 회의 내용에는 그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말에는 “문제가 있으니 힘들다”가 아닌 “어려움이 있으니 부탁한다”의 뉘앙스가 강했다.
허 회장은 안 후보에게 시장경제를 보완하는데 기존의 제도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정치권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를 수용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 수준에 그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안 후보는 "전경련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반대의사만 표하기 보다는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나름의 주장을 강하게 표현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입만 열면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상황에서 전경련이 고개를 숙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좀 더 강하게 자신들을 대변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에 의문을 품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매년 수십억원씩 전경련 회비를 내고 있지만 경제민주화가 왜 기업들에게 부담이고 뭐가 문제인지 말을 정확히 못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어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앞세워 세미나와 정책리포트 등을 내놓고 있을 뿐"이라며 "경제민주화나 기업정책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응과 목소리가 아쉽다"고 설명했다.
정치권력에 대한 전경련의 지나친 눈치보기에 대한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전경련 측과 안 후보의 만남은 오전에 있었지만 이와 관련된 자료는 오후 늦게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 즉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와 경제5단체장 만남이 당일 오후에 예정돼 있어 자료 공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