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29일 열린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식 행사 주석단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고위 간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 나타난 장 부위원장은 계급장이 없는 노농적위군 군복을 입고 일명 ‘항일유격대 모자(김일성 빨치산들이 썼다는 모자)’를 쓴 모습으로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장 부위원장은 그동안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거나 인민복을 입은 모습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인 지난해 12월 24일 김 제1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행하면서 처음으로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김정일 사후 권력 공백을 막으려고 김 제1비서가 장성택에게 서둘러 대장 칭호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장 부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100주년 생일 기념 인민군 열병식이 열린 4월 15일과 인민군 창군 기념보고대회 4월 25일 등 군 관련 행사에서도 대장 군복을 입고 등장했다.
또한 같은 달 17일 열린 은하수인민극장 개관공연 같은 일반적인 공식 행사에도 군복차림이었지만, 정작 인민군 엘리트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대장 계급장이 없는 ‘군복 아닌 군복’을 입고 참석했다.
이에 대해, 군관(장교) 출신 탈북자 최모씨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은 영관급 장교를 키워내는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군부 핵심기관”이라면서 “만일 군 출신이 아닌 장성택이 대장 계급장을 달고 나타났다면 현역 장교인 군사대학 학생들에게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그 배경을 추측했다.
최씨는 이어 “장성택은 이번 행사가 군 관련 행사라 군복 비슷한 적위대복(노농적위군 군복)을 입고 등장하긴 했지만 차마 대장 계급장까지는 달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군부 핵심 장교들을 의식한 연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이는 북한군 엘리트 장교들이 김정일 위원장 사후 급작스레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장 부위원장을 자신들의 상관으로 예우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장 부위원장이 대장 계급장을 달고 나타나면 오히려 핵심 장교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경옥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인민군 대장),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인민군 상장), 김영춘(인민군 차수)·리용무(인민군 차수)·오극렬(인민군 대장) 국방위 부위원장도 참석했으며, 이들 역시 장성 계급이면서도 계급장이 없는 노농적위군 군복을 입고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들과 대조적으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현영철 총참모장·김정각 인민무력부장· 현철해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박재경 총정치국 선전선동담당 부국장 등 현역 군 장성들은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주석단에 섰다.
통일부 관계자는 “장성택·김경옥·주규창 등은 대장이나 상장의 군사칭호를 받긴 했지만 전형적인 노동당 출신 인사이며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도 현재는 현역 일선에서 물러나 노동당 부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현역 군인과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영춘·리용무·오극렬 등이 부위원장으로 몸담고 있는 국방위원회는 군부의 사령탑이라기보다는 국가기구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