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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위기가 곧 기회다]<22>동남아 금융허브, 싱가포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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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웅 기자

승인 : 2012. 10. 18. 11:53

*장기적으로 규모 키우고 상품 다양화해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스카이 파크에서 바라본 금융가의 야경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경도상(GMT+7시) 홍콩과 1시간 차이가 나야한다. 하지만 현지 시간은 홍콩과 동일하다. 싱가포르 정부가 국제 금융거래서 이점을 누리기 위해 영국의 식민지시절 적용 받던 'GMT+8시'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비록 식민지 시절의 영향이 작용했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시간마저 거스를 정도로 금융환경 조성에 적극적이다.

특히 인접 국가인 홍콩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한 전략은 치열하다. 두 국가의 보이지 않는 견제는 서로를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본질적으로 두 국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홍콩이 중국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면 싱가포르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다.

국내 금융사들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삼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작지만 금융강국인 싱가포르에서 한국 금융을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봤다.

◇ 동남아 시장의 관문,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동남아 시장의 관문이다. 

인도와 중국의 바닷길 요충지에 위치해 있으며, 가까운 거리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캄보디아·베트남 등 주요 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는 금융과 물류산업을 발전시켰다. 

금융의 경우 현재는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발전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기업은 7000개가 넘고  다국적 기업의 파견 직원 등으로 외국인 거주자는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나 아랍계 금융회사들도 진출해있으며 외국인 투자 규모는 140억 싱가포르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컸다. 금융사업을 국가 육성 사업으로 지정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 금융기업에는 사업체 설립 절차를 간소화하고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여기에 낮은 조세부담과 적은 규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은 덤이다.

특히 동남아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요건은 신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싱가포르를 택하게 만들었다.

◇고군분투 한국 금융, 위기가 기회다

국내 업체들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를 발판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KTB증권 등 4개 증권사와 우리·산업·신한·외환·하나 등 5개 은행이 진출해있다. 보험 역시 코리안리를 비롯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활동 중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쟁은 치열하고 성과를 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상태에서,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터졌다. 

상황이 이러자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는 아예 시장 진출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부 업체들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심지어 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높아졌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싱가포르를 감싸고 있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라오스·미안마 등의 동남아 국가들은 자원부국이 많고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높다.

김재균 코리안리 싱가포르지점 부장은 "손실이 났다고 철수하기 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며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으니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 갈 길이 멀다

이런 국내 금융사들의 의지는 적극적이지만, 아직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기술적 측면이 아직 부족하고, 시장에서의 신용이 부족하다. 더욱이 국내시장이 해외비지니스를 받쳐줄 만큼 크지 않고, 업무 자체가 글로벌화 돼 있지 않아 쉽게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태다.

실제 해외에 진출한 금융사들의 투자자들은 한국에 투자하는 사람이고 한국과 관련된 거래 위주로 이뤄진다. 

한국 관련 업무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로 출발한 한국이 글로벌 금융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국 관련 업무로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상품을 다양화하면서 현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한국에 대한 신용도가 상승하고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기반을 쌓으면 글로벌 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의 판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성급한 판단과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점이다.

이필구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장은 "시장에서 누군가 나를 믿어줘야 하는데, 믿어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신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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