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오(ROMEO)' 박정민(사진 가운데) /사진=Yamaha A&R |
29일 오후 6시 일본 도쿄에 위치한 리퀴드룸(Liquid Room)에서 열린 'ROMEO 2nd Contact'에는 777명의 팬들이 모여 성황리에 개최됐다.
리퀴드룸은 90년대부터 인기를 얻어 온 미국의 블루스트리오 'THE JON SPENCER BLUES EXPLOSION'와 지난해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에서 신인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HOT CHELLE RAE'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 도쿄의 대표 라이브 홀이다.
한국인 아티스트가 이 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그룹 씨엔블루 이후 정체 불명, 국적 미상의 캐릭터 '로메오(ROMEO)'로 분한 박정민이 처음이다.
'로메오'는 심장이 없거나 멈춰버려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 혹은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다. 기존의 박정민이 했던 보컬의 색깔보다 더 거친 음색과 짙은 카리스마의 감정과 연기력을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이날 콘서트는 박정민의 또 다른 자아, 'ROMEO(로메오)'의 일본 정식 데뷔 싱글 'Give Me Your Heart' 발매를 기념해 마련된 라이브 무대였다.
일본 현지 팬을 비롯해 대만, 한국 등지에서 온 팬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펼쳐져 박정민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자리가 됐다.
이에 대해 박정민 소속사 Yamaha A&R 관계자는 "박정민이 평소 때 공연을 하는 기존 콘서트장의 규모 및 인원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홀이라, 데뷔앨범 구입자에 한에서만 추첨을 통해서 티켓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했던 당일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티켓 추첨 경쟁률이 약 80:1을 기록하며 2회 공연의 티켓이 모두 매진됐을 만큼 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며 "장소가 협소한 까닭에 초대 인원을 777명으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박정민은 평소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버리고, 강렬한 매력을 드러냈다. 박정민과는 별개의 인격체이지만, 그의 잠재의식에 내재된 어두운 욕망을 표출하는 '로메오(ROMEO)'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팬들을 먼저 만났다.
이어 등장한 그가 부른 첫 곡은 일본 정식 데뷔 싱글 수록곡 'Give Me Your Heart(당신의 마음을 주세요)'였다.
그는 마치 일본 게임이나 만화 캐릭터에서나 나올 법한 다크(dark·어두운) 판타지 이미지의 '로메오'로 등장해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백댄서들과 함께 남성 아이돌 저리가라 할 정도의 절도 있는 칼군무를 구사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가창력을 뽐내며 무대를 압도했다. 팬들은 그의 노래에 맞춰 손을 좌우로 흔드는가 하면, '로메오'를 외치며 힘차게 응원했다.
두 번째 무대에서는 검은 정장 차림의 박정민이 고급스러운 까만 쇼파에 앉아 나지막히 'Taste the Fever(열정의 맛)'을 불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감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함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어진 무대 'Hide and Seek Love'(사랑을 가슴에 묻어 버리고 찾다)에서도 쇼파에 앉아 노래를 시작했다. 올 블랙 의상으로 시크한 매력을 뽐내는가 하면, 애절한 목소리로 슬픈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로메오가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절감하면서 '나날이 잔인한, 어리석은 놀음. Oh! 아무리 마음을 닫아도 그 기억이 불현듯 나를 덥치네' 등의 가사를 통해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애달픈 내면을 그려냈다.
'내 안의 나'를 둘러싼 고민과 방황으로 팬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던 그는 'Dream Out Loud(꿈을 소리쳐 드러내다)'라는 다소 밝은 곡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설령 세상이 눈물에 잠겨도 나는 내일도 빛이고 싶다. 너의 호흡으로 끝없이 I can fly'라는 가사 등으로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자 팬들은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DEVIL(악마)'라는 곡을 통해 어둠의 마성을 발산하며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깨끗한 너를 사랑하지만, 악마 같은 내 마음으로 너를 더럽힐 수 없다'라는 주제로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추악한 욕망을 표현했으며, 로메오가 지닌 사랑관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어 10월 31일 발매될 두 번째 싱글 'Tonight the Night(오늘 밤 오늘 밤)'을 처음으로 팬들 앞에 선보인 뒤 퇴장했다.
5분도 채 안 돼 '로메오'를 연호하는 관객들의 앵콜 요청이 이어지자 다시 무대에 등장한 그는 'Give Me Your Heart'를 끝으로 팬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날 박정민은 무대에서 앵콜곡을 포함해 7곡 모두를 일본어로 소화하며 음악을 향한 열정과 진심을 전했다.
그의 유창한 일어 실력은 일본 팬들에게 깊은 감동과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가사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이끌어 냈다.
이날 콘서트를 본 오가와 마유미씨(おがわ まゆみ, 50)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준비한 것 같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며 "기존의 박정민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무대였다. 로메오만의 카리스마가 풍겼다. 팬들도 박정민이 아닌 로메오 팬이 되서 응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츠노 아이코(うつの あいこ, 48)씨는 "로메오는 노래를 제외하고 일체의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이런 로메오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것 같다. 그의 말 대신 콘서트 중간 중간의 브리지(Bridge) 영상이 노래 제목을 소개해준 것이 로메오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주는 것 같다. 앞으로 보여줄 그의 다양한 매력들이 많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연장에는 국내 취재진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 취재진들도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Korea Report Inc.(한국 통신 주식회사) 함지연(40) 기자는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멋진 무대였다"며 "박정민으로든 '로메오'로든 일본서 계속 좋은 활동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정민은 "원래 (나는) 재밌는 거 좋아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며 "내 안에 로메오 같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부를 때 로메오로 스위치 온(on)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로메오는 한계가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며 "국내에서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올해 12월 8일이나 12월 15일에 박정민의 이름으로 싱글 앨범을 발매한 뒤 내년 초에서 로메오로 활동해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황리에 마친 공연을 필두로 박정민의 '일본 여심 공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로메오(ROMEO)'는 일본 최고의 스태프의 참여로 일본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5일 발매된 로메오의 첫 데뷔 싱글 'Give Me Your Heart'는 아무로 나미에, V6, 캇툰(KAT-TUN), JUJU 등 일본 인기 가수들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제프 미야하라' 프로듀서가 제작했다.
제프 미야하라는 "로메오는 그동안의 박정민과 전혀 다른, 좀더 아티스트적인 면을 부각하고 싶었다"며 "Rock(락), Dance(춤), Theater(연극) 라는 3가지 장르를 혼합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로메오를 일본을 넘어 아시아, 나아가 세계적인 감각의 아티스트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본인만의 곡만이 아닌 미국, 독일, 스웨덴, 대만 등 다양한 국적의 작곡가들과 함께 로메오의 음악에 다양한 감성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오구리 슌과 사와지리 에리카 등의 톱 배우들과 더불어 소니 에릭손, 시세이도 등 브랜드 이미지 메이커인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다나카 노리유키'가 비쥬얼 디렉터로 참여했다.
영국 비틀즈(THE BEATELS)의 공연과 음반을 가장 먼저 아시아에 알리며 현재까지도 일본 대중 음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유카와 레이코'가 '로메오(ROMEO)'란 이름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31일에 발매되는 ROMEO 두 번째 싱글에는 로메오의 음악적 모토가 되는 이야기가 사운드 스토리로 담겨지며, 12월 18일에는 일본 도쿄돔 시티 홀에서 첫 정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