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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활동 짧게, 해외에선 길게…가요계에 드리워진 ‘K팝의 그늘’

국내활동 짧게, 해외에선 길게…가요계에 드리워진 ‘K팝의 그늘’

기사승인 2012. 08. 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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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정지희 기자 = ​한국 가수들의 해외 음악시장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걸 그룹 카라가 새로운 미니앨범 'PANDORA'를 들고 국내 가요계로 컴백했다.

지난해 9월 정규앨범 'STEP'을 발표했던 카라는 3주 만에 국내활동을 마무리한 후 약 1년여 동안 일본에서의 활동 및 개인 활동에 주력해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무리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하더라도 모국에서의 활동을 너무 뒷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PANDORA'의 발매기념 쇼케이스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일본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카라 멤버들은 난처한 기색을 표하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기도 했다.

카라뿐만이 아니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2PM, 빅뱅, 씨엔블루 등 국내 정상급으로 꼽히는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 음악시장에서의 활동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국내외 팬들 또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가수들이 일본 음악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계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초 LIG투자증권은 일본의 음악시장이 22조원대의 규모로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음반 및 음원시장의 15~20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본 음악시장이 아시아 전체 음악시장에서 약 8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 일본에서의 활동을 통해 얻는 수익이 국내에서 얻는 수익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점만으로도 국내 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하는 이유는 쉽게 설명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그나마 일본 내 한류시장 수익 의존도를 낮춘 것이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27일 유튜브 조회수 6000만 건을 돌파했다. 국내 가수 중 역대 최단 시간 최고 기록이다.

싸이는 당초 9월 중 일본으로 진출할 예정이었으나 이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미국 시장의 문을 먼저 열게 됐다.

미국 소녀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저스틴 비버의 기획사와 세계적인 힙합 스타 티페인이 직접 싸이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최근 약 열흘간 미국에 머물며 현지 토크쇼에 출연하고 저스틴 비버 측과 미팅을 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한 싸이는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활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다 보니 애초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는 그룹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수로서 보다 큰 자본과 규모를 지닌 해외시장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 음악팬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 아티스트들의 실력을 선보이는 것 자체를 국위선양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한국 가수들이 해외시장에 의존하면 할수록 국내 음악시장의 환경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성인들이 음악시장을 외면하다 보니 과거 수십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가수들이 등장하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수만 장의 판매량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그나마 일부 청소년 팬덤의 소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국내 음악시장의 실태이며, 그렇기 때문에 매니지먼트사 측에서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 진출만을 꾀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음악생산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과 해외의 음악시장은 규모와 환경 자체에서 극심한 차이가 난다. 한국 음악계는 패닉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불법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 등이 성행해 음악의 가치가 떨어지고 한국 음악시장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 음악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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