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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설전문가 양성에 대한 국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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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2. 06. 13. 10:33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건설기술자 수급 문제에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다. 정부가 이 문제에 손을 놓고 방치한 결과 건설산업의 일감과 일자리 부족은 더 심화되고 있다. 건설인력은 남아돌고 있는데 당장 필요한 해외시장 부문은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등 계약된 물량을 소화시키기도 힘든 심각한 수급 불균형 상태다. 

인력의 양적 및 질적 수급 불균형은 결과적으로 개인들에게는 일자리 지속에 대한 불안을 안겨주고 기업들은 일감 부족 대비 인력을 감축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난다. 

과거 20년간 4년제 대학은 2배 증가했지만 학생은 18배 폭증했다. 현재 배출된 건설기술자 4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공과대학졸업생 중 곧바로 취업 할 수 있는 신세대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대학졸업생들은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해외시장에서는 계약된 업무량을 소화하는 데만 2000명 이상 인력이 부족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신규 시장 창출 기회가 생겨도 기업들은 인재 부족 때문에 입찰 참여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반값 등록금 시비는 사치에 불과하다. 기술자 양산만을 부추길 게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인력 양성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정부 지원책에 큰 기대도 하지 못한다.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해외인력 양성 지원정책이 공급자로서의 양적 눈높이에 맞춘 반면 기업은 수요자로서의 질적 눈높이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차원에서 보편적 수준의 기술자를 양성하는데 목표를 두지만 기업은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자를 찾고 있다. 양적 확대 정책은 기술자 자격에 중점을 두지만 수요자인 기업은 개인의 전문지식과 역량에 무게 중심을 둔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최근 5년간 상승 일변도인 해외건설시장도 소화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에 대한 정부정책의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공과대학의 기초교육은 국가차원의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전문가 양성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수요자인 기업과 국가정책 사이에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국가는 교육비 지원이나 교육기관 설립 등 주도적 역할보다는 간접지원 역할로서 기술자 등급제에서 기업들의 역량 평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 해 보인다. 

기술자 재교육까지 정부재정을 투입하는 선진국은 없다.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비 지원만으로는 질적 수급 불균형 문제를 절대 해소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산업의 취업 비중은 시장 크기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내 상위 건설업체의 인당 매출액이 미국 최고 건설기업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미국기업에 비해 3배이상 높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수익성마저 해당 미국기업에 비해 낮다. 기술자 혹은 전문가 운용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매출원가 중 기술자 인건비는 한자리 이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불확실하거나 비용을 줄이는 수단으로 먼저 인력부터 줄인다. 선진업체는 시장이 어려울수록 자체 보유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의 20% 정도는 재교육에 상시 투입한다. 

인재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로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업체들은 인건비를 비용으로만 인식하는데서 큰 차이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일자리 제공 문제는 국가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 글로벌시장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 양성은 새로운 일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 기술자들에게는 일자리 불안감을 해소 해 주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일자리 선택 폭을 넓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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