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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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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월 24일 국무회의에서 '201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이 지침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재정 달성과 국가부채비율 축소이다.
정부가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SOC시설물에 대한 신규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의 향후 국정기조나 예산투자 방향에 따라 건설업계의 대응도 빨라져야 한다.
건설산업은 국내경제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높다. 그러나 과거 국내건설업은 인력 및 기술의 역량 강화보다는 사업 수주를 위해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과당경쟁을 낳았다.
또한 지나친 성과주의로 인해 각종 부패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국민들 사이에서 양산했다.
최근 몇몇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처럼 과거에 추진됐던 대규모 SOC사업들이 세금만 먹고 이용자가 없는 실패한 전시행정으로 전락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대규모 신규 SOC사업의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 신규 대형 SOC사업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건설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첫째 국내건설업계는 SOC시설물의 사용자를 알고 한층 서비스 체감도가 높은 시설물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국내건설업은 아직도 과거 산업성장기처럼 SOC시설을 만들기만 하면 수요자가 있다는 패러다임에 빠져있다. 과거에 SOC시설이 부족해 불편을 겪었던 국민들은 SOC시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했다.
이 시절 국내건설기업은 SOC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시공능력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졌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건설업계는 SOC시설물의 시공능력뿐만 아니라 시설물들에 대한 이용자 수 극대화를 통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사업 발주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업계가 시설물들을 이용할 대상 국민들을 분석하고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토록 건설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최근 저 출산 문제와 서민복지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가 주요 국가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민이나 임산부와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SOC건설 및 이의 시설물 관리가 중요해 진다. 따라서 건설업계도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에 맞추어 건설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건설기업들도 시장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고 이에 맞추어 시설물을 설계하고 시공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폐쇄성을 가진 건설업 문화 특성을 떨쳐버려야 한다. 현재 국가현안 이나 국민들의 어려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건설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 문화의 폐쇄성과 정부의 규정과 지침만 따르면 된다는 건설업계의 안일한 생각 등으로 귀중한 건설기술들이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예로 우리사회가 앞으로 직면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SOC시설물의 건설과 유지에 필요한 기술들이 최근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술들은 건설업계의 폐쇄성 및 보수성으로 인해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건설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적극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도록 하는 개방적인 문화가 건설업계 내에 조성돼야 한다.
동시에 국내 건설업계는 국가기준이나 지침 내에 이러한 기술들이 채택되도록 정부와 정치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국가의 복지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SOC시설이 건설되고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건설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사업추진을 정부와 정치권에 설득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셋째 국내건설업계도 국가현안이나 국민들의 삶을 제고할 수 있는 건설기술에 대한 연구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과거 국내건설업은 선진외국의 기술을 국산화하여 적용함으로써 건설사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 해외기업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바다를 국내 건설업도 도전해야 한다.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건설업계가 건설 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문제점을 개선함으로써 이들이 향후 해외수주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설계 및 시공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국내 건설업이 해외의 경쟁자에 비해 약했던 설계분야의 경쟁력은 이러한 새로운 건설기술의 개발과 적용 경험에서 배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