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
영화 속에서 맡은 역할인 여고생 한은교처럼 그에게는 봄과 닮은 부분이 있었다. 시작의 설렘이 표정에 그대로 내비쳤고 신인다운 반짝임이 눈안에서 드러났다. 김고은은 마냥 해맑다기보다는 진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당돌함으로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김고은의 스크린 데뷔작인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일흔의 노시인과 여고생 사이의 관계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김고은에게 처음으로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게 해준 작품이지만 반면에 노출신을 소화해야 했다. 데뷔작인 만큼 부담이 없었을 리 없다.
"작품에 대한 확신이 컸어요. 정지우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확고했고요. 배우를 꿈꾸는 학생으로서는 '은교'라는 인물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평생 그런 역할 만나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당차게 말하더니 당시 상황을 회상하는 듯 눈동자를 굴린다.
"사실은 오디션을 보고 4일 정도 고민했어요. 감독님이 오디션에서 '정말 예민한 작품이라 타격이 갈 수도 있다'고 하셨거든요. 겁이 났어요. 그런데 해도 후회할 것 같고, 안해도 후회할 것 같았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김고은은 아직 스물두살이다. 부모님이 볼 때 딸의 노출 연기가 반가웠을 리 없다.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저한테 '뭐가 두렵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아빠가 저한테 이것도 무섭고 저것도 무서워서 포기한다면 또다른 기회가 왔을 때 그 때는 무섭지 않을 것 같냐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확신이 생겼죠."
그렇다면 완성본을 본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고은은 부모님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자신을 말없이 꼭 안아줬다고 털어놨다.
"VIP시사회 때 부모님을 초대해 보여드렸어요. 부모님이 저를 꼭 안아주시면서 정말 고생했다고, 작품이 정말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별 말씀을 못 하셨어요. 같이 연기 공부하는 친구들도 영화 보고 나서 울컥해서 눈물을 보인 친구들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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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는 사실 사랑이 뭔지 경험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아이예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받아본 적도 없는 아이죠. 그런데 이적요가 그 사랑을 준 거예요. 그러니까 감사하고, 설레고...그래서 은교도 사랑을 주게 된 거죠. 이성간의 사랑도 있겠지만 다른 사랑도 분명히 있어요.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이제 첫 발을 내디뎠는데도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다.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생겼다. 조금이라도 예상해 보고 싶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장르도, 역할도 가리지 않아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은 전도연 선배님이에요. 자신이 연기하면서 그 역할을 위해서는 정말 어떤 변신도 감내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을 배우고 싶어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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