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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원전 고장 덮는다고 해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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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2. 04. 18. 16:09

한국안전학회 회장 엄현택
   
지난달 9일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였고, 발전소 측은 이를 은폐하려다 근 한 달 만에 사고가 공개되고 말았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영광원전 2호기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고를 해당 군수가 함구한 사건이 보도됐다.

정전사고 자체도 당혹스럽지만 이를 당당하게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앞으로 보다 안전한 대책을 제시하면 될 것을 고장사실 자체를 은폐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우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왜 사고를 숨기려고 했을까.

그 동안 고리원전 1호기에 가해졌던 과도한 관심이 사고공개를 망설이게 하였을 수도 있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최초로 30년의 설계수명을 넘기고 수명연장을 통해 가동되고 있는 원전이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기계통 고장으로 가동이 중지돼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특별안전점검도 받았다.

또한 사고 당일 오전에는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이 원전 고장방지 대책까지 발표한 상황이었다. 담당자로서는 공개에 따른 부담이 컸을 것이고, 이 때문에 은폐라는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지 않았나싶다.

사고를 조사할 때 사고의 원인과 대책은 달라져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 은폐를 시도한 잘못은 원전 담당자에게 있을 것이고, 그에 관한 응분의 처분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책을 고려하면 왜 은폐하려 하였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혹시 회사 내 분위기를 공개함으로써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날 오전 원전 고장방지 대책 회의에서도 목표를 고장 제로로 잡고, 고장이 발생시 기술적 원인뿐만 아니라 책임소재까지 철저히 물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터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공개하기보다 가능하다면 은폐하려는 순간적인 오판을 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원전 내 발생된 고장에 대해 공개할 경우 책임을 면제해 주고 그 책임은 발전소 전체가 지는 제도를 시행한다면 근로자가 고장을 은폐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안전문화란 사고가 난 경우 엄격하게 책임만을 묻는 문화가 아니다. 오히려 안전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개선점을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게 하고, 좋은 제안에 대해서는 포상을 하여 문제점들이 알려지고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안전문화이다.

원전도 분위기가 돼야 사회의 신뢰도 향상될 수 있고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원전이 문제점들을 쉽게 밝힐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원전에서의 고장이 모두 사고로 취급돼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잘못을 숨기려는 유혹을 받게된다.


어떤 플랜트에서나 고장이 발생될 수 있고, 고장 제로라는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 원전에서 단순한 고장이 발생된 경우 사회에서 이를 고장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위험한 고장이 발생된 경우 고의적인 잘못이 없다면 담당자를 처벌할 것이 아니라 해당 고장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안전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작년에 발생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한수원은 원전 안전을 위하여 5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하여 국내 원전의 안전수준이 하드웨어적으로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전사고를 계기로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안전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원전 내 안전문화를 향상시킬 방법은 없는지, 원전 조직체계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매뉴얼 시행이 계획대로 잘 될 수 있는지, 원전 내 주재관 수는 적절한지, 원가 절감을 위해 행한 운전원 수의 감축이 과도한 것은 아니었는지 등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고 적절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원전을 둘러싼 일련의 사고를 계기로 우리 원전의 안전수준이 한 단계 높아져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며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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