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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인터뷰] 최원현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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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기자

승인 : 2012. 03. 22. 14:49

* “순위로 판단하는 우리나라, 다양한 특성 인정돼야”
최원현 KCL 대표변호사
이정필 기자] “우리나라는 다양성이 함몰된 사회입니다. 획일화된 잣대를 버리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22일 만난 최원현 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변호사는 시종일관 우리사회의 다양성 제고에 대해 강조했다.

로펌을 변호사 수로만 판단해 순위를 매기는 것처럼, 획일적 기준에 의한 순위경쟁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통용되는 한국의 모습은 큰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 변호사는 가치가 다르더라도 틀린 것이 아니며, 다양한 특성을 인정할 줄 아는 국민의식의 성장이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이익공유집단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케이씨엘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케이씨엘의 전신인 법무법인 삼정은 외국기업들을 주요 대상고객으로 했던 기존의 로펌들과는 달리 국내기업을 중심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30대 중후반의 중견 변호사들이 모여 1991년 6월 설립했다. 이를 설립한 김영철, 최원현, 임희택 변호사 세 사람의 성을 조합해 2000년 1월 1일 법무법인 케이씨엘(KCL- KIM, CHOI & LIM)로 명칭을 변경했다. 

2005년 유지담 전 대법관을 대표변호사로 영입하는 등 법원과 검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해 민·형사 소송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현재 한국변호사 64명, 외국변호사 6명(미국 5명, 중국 1명), 변리사 20명, 공인회계사 1명 등이 소속돼있다.”

- 대표적 승소 사례를 소개한다면.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그룹이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실행한 콜라사업부문 매각, 오비맥주 매각,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 고려산업개발 인수 등을 포함해 다수의 M&A 업무를 수행했다. 또 사조산업을 대리해 오양수산의 경영권 인수에 성공했고, 웹젠의 경영권 분쟁에서는 기존 대주주 측을 대리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1998년 동아건설 워크아웃 때는 서울은행을 자문하면서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에 대한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확인을 받기만 하면 부실채권을 출자전환할 수 있도록 등기예규를 변경해 자칫 무산될 수 있었던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시켰다. 한라그룹, 새한그룹, 대우그룹 등의 워크아웃에서도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농심그룹과 태평양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을 도왔다.

지적재산권 분야는 아모스의 ‘딱풀’ 상표(딱풀이 고체풀의 보통명칭이 아닌 주지저명상표로 인정받게 한 사건), 환인제약의 골다공증 치료제 특허(다국적 제약회사와의 특허권침해중지 청구소송에서 환인제약을 대리해 승소), 넥솔론의 영업비밀 침해(반도체 제조 다국적 기업이 넥솔론으로 이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중지 및 전직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보호를 받을만한 영업비밀이 없다는 점을 소명해 승소), 현대증권 관련 상호 겸 서비스표(현대자동차 그룹이 신흥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신흥증권의 상호를 ‘현대IB증권’으로 변경하려고 시도했으나, 여론조사방식을 통해 현대IB증권이라는 상호가 수요자들에게 ‘현대증권’이라는 상호와 혼동을 일으키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들어 이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 LGS 상호 분쟁사(‘LGS’라는 상호가 LG와 유사하다는 판결을 받아 영문 알파벳 2자로 구성된 그룹 명칭에 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초를 마련) 등을 들 수 있다.

공정거래 분야는 카르텔, 기업결합,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사건에서 피심인들을 대리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과 방문판매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의 경우, 제정 당시부터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수년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와 회원사들을 위한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방문판매의 경우, 대형 화장품업체들이 그 사업 형태가 다단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건에서 업체들을 대리해 법원에서 전부 승소함으로써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도록 기여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일명 ‘론스타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기도 했다. 이 사건 쟁점은 외환은행 경영진이 자기자본(BIS)비율 전망치를 조작해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것이다. 은행에 있어 BIS비율의 의미와 리스크 관리 방식, 매각 당시 외환은행의 각 부실요소에 대한 검토와 BIS비율 전망치 산출 등을 입증해 BIS비율의 조작이 없었음을 입증했고, 1000쪽이 넘는 법원의 판결문은 국내 초대형 금융기관의 M&A에 관한 고찰과 배임 여부에 대한 선례가 됐다.”

- 다른 로펌과 차별화되는 특성은.

“‘데이 투 데이(day to day)’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기업자문 기법이 있다. 계약, 인사, 노무 등 기업의 거의 전 분야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다뤄주는 이 기법은 기업 전체를 손금 보듯 꿰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형로펌들이 기업 인수합병(M&A) 등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업자문을 편친다면, 케이씨엘은 늘 벌어지는 회사의 일상 업무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자문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대기업 사건 하나에 매달리기보다 내실 있는 중견기업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편이다. 어쩌다가 비싼 물건 하나를 사가는 손님이 아닌,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또 소속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하는 국내로펌 순위는 10위권 밖이지만 인베스트조선, 더벨, 톰슨로이터, 머저마켓 등에서 작성한 M&A 관련 리그테이블에서 항상 6~7위에 랭크되고 있다. 지적재산권 분야에는 4명의 전문변호사와 20명의 변리사가 있고, 140명의 일반직원이 전자팀, 기계팀, 화학팀, 상표팀 등에 소속돼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송무 분야는 유 전 대법관을 필두로 부장판사나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들이 형사, 민사, 행정, 가사, 보전처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 변호사 신규 채용 현황과 변호사 채용 시 중시하는 기준에 대해.

“올해에는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를 4명 채용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채용하지 않았다. 신입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는 업무처리능력, 팀워크, 조직 적응력, 충성심 등을 들 수 있다. 업무처리에 대한 능력은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면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할 것이다. 로펌 내에서 시행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멘토 등 트레이닝을 통해 배양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인재를 선발함에 있어 대상자의 인화력과 조직에 대한 적응력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다. 

로펌은 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실질은 변호사들 간 신뢰에 기초한 동업관계가 바탕이므로 조직이 계속 유지되고 성장하려면 구성원들의 화합이 필수적이다. 또 케이씨엘은 후배 법조인들에게 자신이 근무할 조직을 선택함에 있어서 단순히 규모와 명성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상과 적성에 맞는 조직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적인 법조생활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수적인 요소로서 법학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비율이 적정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으나, 출신 학교나 지역은 고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영미로펌의 국내진출 움직임이 거세다. 대비책과 해외진출 계획은.

“법률시장이 개방되더라도 결국 국내에서 발생하는 법률수요는 국내법을 기초로 하는 법률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한국로펌이 외국로펌에 비해 불리할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의 금융, 공정거래 등 각종 제도와 규제 자체가 외국의 선진 제도를 따라가고 있고 국제거래가 증대하고 있어 외국의 선례와 법률 관행을 연구할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우리는 다수의 외국기업과 해외로펌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해 한국법과 관련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제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홍보효과나 고객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외국로펌과 연계하는 것은 지양하지만, 업무처리의 효율성과 글로벌 차원의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하다면 적절한 수준에서 외국로펌과 연계할 가능성은 있다. 현재까지 분사무소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외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

- 한국야구위원회(KBO) 고문변호사를 맡아 상벌위원회로 활동 중이다.

“2000년도 초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KBO규약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KBO를 상대로 제소를 했고, 이 사건에서 KBO를 대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고용주는 무조건 악하고, 근로자와 약자는 무조건 선하다는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강하게 통용되는 사회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모두가 수용한 바를 깨고서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만 관철시키려 든다면 다수의 약자 또한 악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노사가 합의해 연봉협상을 했다면 적어도 명시된 기간 동안은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조건대로 대우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라며 매번 파업을 일삼는다면 회사와 국가는 물론 본인과 가족에게도 돌아오는 이득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민주적 방식대로 다수가 수용하는 바를 받아들이는 국민의식의 발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KBO를 대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법처럼 야구계에도 홈런, 타율, 도루, 에러 등 선수연봉책정을 위한 100가지가 넘는 세세한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기준들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선수들이 지난 시즌 성적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연봉을 높여달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중소로펌이 살아날 활로를 제시한다면.

“변호사 수만으로 로펌 순위를 매기는 우리 현실은 다양성이 함몰됐다. 저마다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얼마든지 특화된 분야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기업을 상대하려면 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최소 5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로펌이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 개인이나 10명 미만의 법률사무소라면 일반 고객에게 보다 친근히 다가가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한 분야를 특화시켜 전문성을 갖출 수도 있다.

어느 로펌에 변호사가 몇 명이라는 경쟁의식은 유독 한국에서 심하다. 이런 획일화된 판단기준과 순위 매김은 법조계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타파해야 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변호사에 대한 인식변화와 사회공헌을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김용직 대표변호사는 2006년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아 ‘지적장애인 등의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가칭)’ 제정을 위해 힘쓰면서, 소속 변호사들과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복지활동을 하고 있다. 또 경기도와 시흥시 등 자치단체와 서울지방국세청 등의 공공기관에 무료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 He is...

1955  서울 출생
1974  서울 경기고 졸업
1978  서울대 법대 졸업, 20회 사법시험 합격
1980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수료, 사법연수원 10기 수료
1983  육군 법무관
1984  수원지방법원 판사
1990  셋방종합법률사무소 
1992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1998  한국석유공사 고문변호사
2001  한국신용정보 자문위원
2002  KBO 고문변호사
2005  대한중재인협회 부회장
2007  KBO 프로야구 반도핑위원회 위원
2008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2012  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변호사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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