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정해용·박병일·방성훈·신건웅 기자]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엔화 약세의 흐름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가나다순)
<“엔고로 인한 거품 없애고 실력 키워야”>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올해 엔화는 전체적으로 약세 쪽으로 움직일 것 같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약세로 가고, 불안하면 강세로 간다. 만약 엔고 현상이 심해지면 일본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엔화가 약세면 우리 수출기업이 어려워진다. 일본은 과거 몇 년 동안 엔화 강세로 타격을 입었고, 우리는 기회를 얻었다. 반대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은 약화됐던 경쟁력이 살아나고 우리는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우리는 엔화 약세·원화 강세를 염두하고 움직여야 한다. 엔고로 생긴 거품을 없애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환율에 상관없이 우리가 나갈 방향이다.
<“엔화 약세 흐름, 수출기업 대비해야”>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엔화는 그동안 엔고현상을 이어오다가 현재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사실 경제 기초 상황(펀더멘털)만 놓고 볼 경우, 미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엔고를 보이는 것은 이상한 것이다.
시장이 안정되고 유럽 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원화에 대해서도 엔화는 약세로 전환될 것이다.
문제는 환율이 항상 수출과 관련이 돼 있다는 것이다. 엔화의 약세 상황에서는 국내 수출기업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미리 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원화 자체도 계속 강세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당분간 달러당 8283엔 예상”>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엔화는 약세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라 경제가 안 좋은데 통화가치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이상 현상이다.
본격적인 약세흐름은 못가고, 달러당 80엔대 초반에서 정체하는 듯하다. 당분간은 달러당 82~83엔 정도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로 간다면 전자, 조선과 같은 일본하고 직접 공조를 하고 있는 산업에서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만 달러당 80엔까지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의 양상이 지속되고 일본 재정개혁이 미진하게 진행되는 상황이 온다면, 엔화 약세가 오는 시기와 속도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내년 하반기엔 90엔까지 갈수도”>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유럽리스크가 진정되니 안전자산 선호가 완화되고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 무역수지 악화, 국가 신용등급 강등 경고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요인들을 보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당 85엔까지 가고 내년 하반기에는 90엔까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수출품목과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기업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이다.
그렇지만 엔화가 약세가 된다고 해도 원화가 절상되는 것은 아니다. 원화가 엔화만큼 절상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내 경기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품질적인 면에서 일본가 크게 차이가 없는 자동차 분야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화된 부분이 있는 IT, 선박 등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엔화 약세 영향 제한적일 것”>
◇이두원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한국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엔화 약세가 일시적인 현상일지 지속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속되더라도 강하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준비가 안 된 기업들은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
수출이 직접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는 이상 고용, 물가 등 한국경제의 내수부문에 있어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일본과의 무역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완성품 생산을 위한 중간 자본재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엔화 상당기간 강세 보일 것”>
◇이부형 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경제팀장)=엔화는 상당기간 강세를 보일 것이다. 현재 경제상황은 글로벌 재정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상황이 계속 불안할 경우, 엔화 수요가 증가해 강세를 보인다.
미국 경제회복도 중요하다. 미 달러의 신뢰도 회복에 따라 엔화 강세가 재평가된다. 단기간에 엔고가 꺾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엔화강세가 지속되면 위험요인보다는 기회요인이 많다. 기업수출 경쟁력 강화나 관광객 유입증가 등 경상수지가 개선된다. 또 기업 경쟁력이 개선되고 투자가 늘어난다. 새로운 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증가한다.
기존에 약했던 부품소재 부분이나 핵심 원천기술까지도 경쟁력을 제고시켜나갈 기회다.
<“엔고시대 끝났지만, 국내 영향 크지 않아”>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엔·달러 환율이 많이 올랐다. 이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주효했다고 본다. 또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화된 상태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엔고현상은 막을 내렸다고 본다.
다만 유로화나 달러화가 추세적인 강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엔·달러 환율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향후 달러당 8384엔 정도에서 환율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은 원.엔 환율을 봐야한다. 여전히 1300원대로 엔화가치가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로 입게 될 우리 경제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예상한다.
엔화 대비 원화는 저평가됐고, 대기업들도 100엔당 1000원선까지는 대비해 놓은 상태다.
<“대일무역에선 엔저가 호재”>
◇홍석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선진시장팀 과장=최근 12달 사이 엔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외적인 요인에 좌우된 측면이 강해 엔저현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무역수지의 적자로 경상수지 악화에 따른 엔화가치 폭락이 우려되고 있지만, 소득수지부문의 흑자폭이 크기 때문에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대일(對日) 무역에서 전년대비 한국의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올해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류확산 등으로 소비재부문까지 대일수출이 다변화되고, 부품소재 등 자본재 및 중간재 수입단가도 줄어들어 대일무역에서는 엔저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세계시장에서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