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서울시 |
서울시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목표로 ‘서울성곽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장 공관이 서울성곽 위에 있어 복원사업 추진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박 시장이 혜화동 시장 공관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박 시장 측에 문제가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해 실망스럽다”며 “특히 박 시장이 사학과 출신인데도 이와 관련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황 소장은 “박 시장 측에서는 서울성곽 복원에 지장을 주는 공관 일부를 철거했다지만 공관 자체가 성곽을 깔고 뭉개는 형태로 지어져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성곽 복원을 위해 전부 철거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역대 시장들이 거주한 상징성과 통신시설 등을 고려해 박 시장이 혜화동 시장 공관에 입주한 것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오 전 시장이 혜화동 공관에 거주할 당시 성곽복원 문제는 물론 '대통령이 날 명당자리여서 그곳 거주를 고집한다' 등의 각종 의혹에 시달렸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 시장이 전임 시장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작 역대 시장들이 거주한 상징성 때문에 입주를 결정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각종 상황보고 등 상시근무 체제 유지에 필요한 통신장비 등이 잘 갖춰졌다는 점에서 혜화동 시장 공관을 선택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시장의 경우 공관 사용처로 혜화동 시장 공관, 한남동 서울파트너스하우스, 백인제 가옥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서울파트너스하우스의 경우 서울시가 성곽 복원계획에 따라 지난 2009년 한남동 옛 한강관리사업소 부지에 시장 공관으로 신축한 것이다.
이곳에는 혜화동 공관에 없는 회의실, 게스트하우스 등을 설치해 간담회나 설명회, 긴급회의, 주한 외교사절 응접 등에 이용할 예정이었다.
혜화동 공관처럼 서울성곽 복원 사업 등에 차질을 주지 않으면서도 공관으로서 근무 여건이 충분한 대안이 있는 셈이다.
한남동 공관의 경우 50여억원을 들여 만들었음에도 애초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이용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재청도 서울성곽 복원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혜화동 공관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보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혜화동 공관 철거 및 공관이전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서울시에 의견을 전달했다”며 “박 시장의 경우 일부 철거만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성곽 복원사업은 지난 1975년부터 추진됐다. 총 18.6km 중 6.3km가 복원 중이거나 검토 구간이다. 해당 지역은 혜화동 시장 공관, 흥인지문 북측 일대 등이다.
서울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현재 서울성곽 복원 사업의 미실행 구간은 총 4km로 혜화동 시장 공관, 흥인지문 북측 일대”라며 “내년까지 모든 사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서울성곽 복원에 충분한 배려를 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혜화동 시장 공관이 성곽을 깔고 앉아 있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복원과 관련해 이미 충분한 조치를 취해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성곽복원 사업을 위해 철거 부분(35㎡)은 필지를 나눠 문화재청에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배동 사저에서 업무를 보는 데 한계가 있어 공관에 입주하는 것”이라며 “혜화동 시장 공관을 선택한 것은 한남동의 경우 이미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어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혜화동 서울성곽터 위에 있는 서울시장 공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