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신건웅의 세상만사] 당신이 알아야 하는 한·미 FTA <2>

[신건웅의 세상만사] 당신이 알아야 하는 한·미 FTA <2>

기사승인 2011. 12. 06. 14:5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독소조항의 오해와 진실 <2>
신건웅 기자] 앞서 알아봤던 독소조항에 이어 이번에는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과 스냅백 그리고 의약품과 관계있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해 살펴보겠다.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Future MFN Treatment)

최혜국 대우 조항은 말 그대로 통상·항해조약 등에서 한 나라가 다른 국가에 부여하고 있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일이다.

한미 FTA도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이 있어 미래에 다른 나라와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소급 적용된다. 이에 따라 우리가 체결할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한미 FTA보다 더 유리한 조항이 있으면 미국도 자동적으로 이 혜택을 누린다. 물론 미국 역시 다른 국가와의 FTA에서 우리보다 더 유리하거나 개방된 내용에 합의했을 경우 우리에게도 이를 적용한다.

이 조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 정부가 다른 국가와도 FTA를 활발히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부는 경제영토를 넓힌다며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국가들과 FTA를 논의 중이다. 만약 일본이나 중국과의 FTA에서 미국보다 더 유리한 조항이 들어갈 경우 이 조항은 미국에도 자동적으로 적용된다.

FTA는 국가의 이익을 두고 벌이는 협상이기 때문에 숫자 하나, 점 하나에도 민감하다. 서로가 더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체결하기 위해 피터지는 전쟁 중이다. 이런 전쟁 속에서 우리는 유리한 분야는 더 개방하고 불리한 분야는 축소할 수 밖에 없다. 각 나라에 따라 유리한 분야와 불리한 분야는 차이가 있다. 경우에 따라 일본에는 무관세로 개방해도 되는 것이 미국과의 개방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즉 서로의 개방분야와 보호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미래 최혜국 조항은 보호분야에서도 개방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혜국 대우 조항 역시 투자와 서비스 부문에만 적용되므로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한·EU FTA에서도 미래 최혜국 조항이 포함돼 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야당의 반대에도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고 있다.
◇스냅백(snapback)

2010년 12월 타결된 한·미 FTA 추가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어느 한 쪽이 분쟁해결절차의 협정을 위반 또는 침해하거나 판매 및 유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6개월 안에 관세 혜택을 철회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바로 일종의 무역보복조치인 스냅백 조항이다.

한미FTA협상단은 분쟁해결 절차의 마지막으로 한쪽이 협정을 위반했을 때 특정 형태의 보복을 하게 돼있다. 보복 방법은 양허한 관세를 취소하는 것이다. 협정 위반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강화한 분쟁해결제도로 양국이 상호주의적으로 적용하도록 돼 있다.

스냅백에 대해 FTA 반대 측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관세 혜택을 언제든지 일시에 철폐할 수 있는 조항이라며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를 발동하려면 자동차 수입 급증으로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 또는 그에 대한 우려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발동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가 국제기준에 맞춰 투명하게 표준 및 안전기준을 제정하고 관리해 나간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정말 피치 못할 사건으로 관세를 조정해야 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미국 측이 스냅백을 이용하기 위해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

정부는 스냅백을 독소조항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나라를 국제적인 약속도 지키지 않는 국가로 스스로 비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말하지만 확실치 않은 앞날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도박을 거는 것 또한 무모하다.

다만 스냅백이 작동되기 전까지는 협상절차가 남아있다. 신속분쟁해결절차인데 분쟁이 발생하면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동의장인 공동위원회에서 관련 사안을 30일간 협의하게 된다. 여기서 오해가 풀리면 분쟁은 끝이다. 분쟁해결절차가 시작하더라도 바로 스냅백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아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에만 중재패널 판정절차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중재패널은 양측 대표 각각 1명과 중립적 인사 1명으로 구성돼 중립성이 보장된다. 오직 ‘심각한 위반’만 대상이 되는데, 설령 중재패널에서 협정위반이 인정됐다고 하더라도 위반조치를 시정하는 경우, 취소됐던 관세혜택은 되살아난다.

게다가 신속분쟁해결절차와 스냅백 제도는 상호주의에 따라 적용되는 것으로, 미국이 FTA 협정문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우리도 미국 측을 제소할 수 있다.

한미FTA 비준 무효화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꼼수다'특별콘서트 장면.
◇허가-특허 연계 조항

한미FTA 조문 18.9조 5항에는 복제약의 시판을 금지하고 특허권자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다.

허가-특허 연계 조항은 제약회사가 복제약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시판승인을 요청할 경우 오리지널약의 특허권을 가진 제약회사에 이를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통보를 받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특허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복제약 생산 허가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

FTA 반대 측에서는 이 제도는 복제약 생산을 위축시켜 다국적 제약회사가 더 오랫동안 특허에 따른 이익을 얻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복제 의약품 생산 비율이 높은 국내 제약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며 국내 소비자의 약값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 말한다. 실제 우리가 먹는 약의 대부분은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만료된 뒤 나오는 복제약이다. 국내 제약업계 대다수는 복제약을 생산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은 완벽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된 사람이라도 성인 1인당 1달에 700달러의 약값을 지출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허권자와 제조업자의 이해를 절충한 제도라 반박한다. 합리적으로 운영되며 특허보호와 복제약의 조기 활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복제약 생산이 일부 지연될뿐이며 특허가 만료된 복제약 생산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정부는 추가협상을 통해 확보한 3년간의 시행 유예기간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허가-특허 연계 제도를 통한 특허권의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지금도 특허 만료 이전에 카피약(제네릭)을 시판하는 것은 특허권 침해이며 위법행위로 제재를 받는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미리 카피약 개발을 완료한 후 특허만료와 함께 제품을 출시해 왔다. 그러나 한미 FTA를 계기로 이런 일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보받은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특허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카피약의 제조와 시판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식약청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특허권자는 각종 핑계로 소송을 제기해 복제약의 시판을 늦춤으로써 특허 연장의 실익을 누리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약업계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미 FTA가 발효되면 기존보다 5년가량 늘어난 특허보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기간에 의약품 소비자는 특허수수료가 더해진 비싼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서민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심하게 제약하는 이 조항은 심지어 미국 민주당조차도 과거 부시와 ‘신통상정책’ 합의시 삭제를 요구했던 조항이다. 실제 미-파나마, 미-콜롬비아 FTA에서는 재협상을 통해 이 조항을 삭제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라는 이유로 이 조항이 포함됐다.

더욱이 이 제도는 한·유럽연합(EU) FTA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한-유럽연합 FTA의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에 따라 EU 제약사들도 동일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 반면 EU는 유럽공동체법과 상충된다는 이유로 허가-특허 연계 조항을 허가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재협상 과정에서 허가-특허 연계 조항에 대해 3년 유예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3년동안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 조항 전부를 유예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유예한 것이다.

사실 정부 역시 한미 FTA 발효 이후 제약업계의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대미 수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923만달러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같은 기간 연평균 334만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또 FTA 발효로 국내 카피약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소송을 기피하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457억∼797억원의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카피약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국내 제약사들은 2007년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후 특허권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식약청으로부터 카피약의 품목 허가와 보험등재에 주력해 왔다.

이에 따라 2020년에 특허가 끝나는 일부 의약품에 대해서도 카피약 보험등재가 이뤄진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허가-특허 연계조항과 상관없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와 동시에 시장에 카피약을 내놓을 수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