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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內 세출’ 원칙의 중요성과 인플레를 통한 재원조달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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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1. 12. 05. 06:59

[김이석 칼럼] 포퓰리즘 정책 위한 부유세, 국채발행의 달콤한 독배
김이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경제학 박사)
‘세입내(內) 세출’은 민주주의 아래에 있는 정부의 재정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정부가 지출하는 정도는 국민이 내기로 동의한 범위 안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이 원칙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헌법상의 원칙으로 확립하기 위해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절대군주제와 같은 전제체제를 상대로 피를 흘려야 했다. 비록 운용상의 일부 융통성이 기술적으로 필요하다면 허용될 수 있겠지만 이 대원칙 자체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서 엉뚱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은 다수표를 얻어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는 민주주의 정치시장에서 단기적으로는 달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표자에게 독(毒)이 되는 포퓰리즘 정책의 양산을 막는 데 너무나도 중요하다.

정치권은 부자들에게 고율의 세금으로 쥐어짜서 재원을 만들고, 이를 다수에게 시혜적으로 베푸는 정책으로 다수로부터 표를 얻고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세입내 세출’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큰 시혜를 베푸는 정책은 부자들을 쥐어짜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많은 이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지 않으면 실천될 수 없다. 그런데 고(高)복지 정책이 정치적 인기가 있는 만큼이나 고(高)세금은 정치적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세입내 세출’ 원칙을 한발 양보해 국회가 총액으로 승인한 한도만큼 국채발행을 허용한다고 해보자.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정권획득 경쟁에서 나라 빚을 내어야 가능한 시혜적 정책을 약속할 수 있다. 그래서 비록 현재 국채발행이 많지 않아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게 평가받는 국가라 하더라도 시혜적 정책을 정치권이 경쟁하는 순간 언제든지 국채상환 가능성조차 채권시장으로부터 의심을 받을 정도로 국채발행이 많아질 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 사태에서 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탈리아 국채의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채발행은 당장 세금으로 이자만 부담할 수 있으면 시혜적 정책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투표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 부분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 투표자들은 사정에 밝은 상태에서 정치권이 약속하는 정치상품에 대해 투표하지 못한다. 이는 국민의 진정한 동의를 얻어서 결정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채 발행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중앙은행이 발행된 국채를 인수하는 것은 그 액수만큼 본원통화를 늘리기 때문에 이를 일반인들이 사서 보유하는 경우에 비해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채를 인수하게 하면 국채를 채권시장에서 소화할 때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심지어 원하는 만큼 팔지 못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통화증발로 인해 대부이자율이 낮아지고, 민간에서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일견 붐이 조성된다. 정치권은 이렇게 인플레이션을 통해 재정을 조달하려는 유혹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국채발행을 통해 정부가 국민소득 가운데 종전보다 더 사용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도 더 많은 투자, 더 많은 소비를 하고자 하게 된다. 결국 주어진 자원을 서로 사용하고자 충돌하게 되고 이자율이 올라가고 상당수 투자들은 실패하게 된다. 그리스와 같은 나라에서 국채가 많이 발행되고 있었음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이 붐을 맞았다가 다시 꺼진 것도 이런 식으로 설명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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