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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시대와 사람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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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승인 : 2011. 11. 15. 01:44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길모퉁이 건축>
주진 기자]  “건축은 삶에 대한 사유에서 나왔을 때 진정한 존재 가치를 지닌다.”
사람과 공동체, 그 속에서 이어져온 오랜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긴 건축과 도시들. 인문학은 도시 문명과 함께 시작되어 건축과 도시설계의 중심이었으며, 건축과 도시 공간은 인문학의 하드웨어다.
예술의 전당 설계자인 김석철 교수의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돌베개)>와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의 <길모퉁이 건축>은 인문학적 사유와 예술가적 감수성, 그리고 한국 건축과 도시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 40년 동안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종교와 철학책을 섭렵해온 건축가 김석철 교수는 “동서양 문헌을 끊임없이 탐독한 것이 건축가로서의 혜안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유럽의 주요 중세 도시들을 둘러본 김 교수는 “유럽 중세 도시는 최소의 에너지를 통해 최고의 삶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중세 도시의 ‘코드 그린’이 오늘의 인류가 추구해야 할 신도시”라고 말했다.
운하로 서로 연결되는 어반 네트워크, 걷기 좋은 도시였고, 사람을 모여들고 만나게 하는 광장이 있었다는 점에서 미래 도시 설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럽 중세도시만큼 아름답고 강력한 도시가 중세 초의 불교 도시 경주와 중세 말 최고의 신도시였던 서울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주와 사대문안 서울의 재생계획을 이야기하며 서울을 걷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세 최대의 걸작’인 서울을 역사와 지리·문화 공간을 한데 모은 인프라, 즉 광장과 거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산이 광화문, 대한문 광장으로 이어지고, 남산을 지나 한강에 닿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반도 인문학’이 우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1세기 인류가 지향할만한 도시를 남과 북이 천년 도시인 개성과 서울이 합한 곳에 만들자는 거대한 프로젝트 구상도 내놨다.


◇ 길모퉁이 건축 = 김성홍 교수는 저서 <길모퉁이 건축>에서 크고 화려한 것과 작고 소박한 것의 사이인 '중간건축'을 한국 건축의 숨은 힘으로 제시했다. 
우리 도시의 뼈대를 이루는 건축은 5층 이하의 작은 건물로 전국 650만개 건물 중 98%가량이 5층 이하다. 
김 교수는 “도시 건축은 높고 화려한 건축물을 세워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없는 개념”이라며 “도시와 건축 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자 사회마당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경제의 양극화가 그대로 건축의 양극화로 드러나고 있는 오늘, 대규모 개발사업과 재개발 정책이 주민을 도시에서 밀어내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를 없애고 있음에 주목한다. 도시 건축은 하드웨어를 바꾸는 단순한 문제를 뛰어넘는 것으로, 도시의 진정한 주인인 주민들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바꾸어 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작지만 진부함을 흔드는 혁신적인 건축이 살아날 경우, 다양한 삶이 포용되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새로운 문화가 꿈틀댈 것”이라고 말한다. 번듯한 테헤란로 대신 홍대 앞 골목이 젊음을 끌어당기는 것, 가로수길 현상 등이 그 증거라고 반문한다.
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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