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영장실질심사…초호화 변호인단 구성해
자금출처 수사는 계속될 듯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사진=이병화 기자
[아시아투데이=최석진 기자] 검찰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7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9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열릴 영장실질심사는 그동안 ‘유죄’ 입증을 자신해온 검찰과 철저한 방어논리로 ‘무죄’를 주장해온 곽 교육감 양측 간 치열한 법정공방의 전초전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곽 교육감 측은 이미 김선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과 최영도, 최병모, 백승헌 전 민변 회장,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진보진영 유력 법조인들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 방어태세를 갖췄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직무대리 이진한 대검 공안기획관)는 곽 교육감에 대해 지방교육자치법 49조(공직선거법의 준용)에 따라 교육감선거에 준용되는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또다른 혐의를 추가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자금의 출처에 대한 수사는 곽 교육감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곽 교육감 측에서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이 전달될 당시 이미 박 교수가 교육감 후보에서 사퇴한 신분이었기 때문에 곽 교육감이 사전에 이면합의 과정 등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와 상관없이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매수행위를 처벌하는 같은법조 1항 1호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구속 영장에서 △ 사안의 중대성 △ 후보자 매수로 민의 왜곡 △ 액수가 상당한 점 △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의 형평성 △ 혐의 부인으로 공범자와의 입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 등을 청구 사유로 적시했다.
한편, 곽 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검사 A씨는 “이번 사건의 본류는 2억원을 주고 후보자를 샀다는 점이다.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었던 박 교수를 매수한 결과 불과 1.1%의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지 않았냐”며 “선거가 치러진 시기를 전후로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면서도 그것이 선의였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A씨는 “범죄가 중하고 아직 관련 인사들과 입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는 만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판사 B씨는 “영장발부 여부는 기록을 확인한 전담판사만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의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고 증거도 확보된 상태인데다가 곽 교육감에게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최근 수년간 법원은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영장기각 비율을 높여왔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1년 8.3%에 그쳤던 검찰 청구 사건의 영장기각률은 2010년 24.1%로 높아져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법원과 검찰 간에 영장에 관해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점은 ‘범죄의 중대성’이 구속사유가 될 수 있냐는 점이다.
검찰은 ‘범죄가 중하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지므로 구속의 필요성도 커진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반면,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은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70조(구속사유) 1항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중 하나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고 정하고서 △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 세 가지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70조 2항은 ‘법원이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영장심사를 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정해놓은 ‘범죄의 중대성’을 1항의 구속 사유에 포함시켜 비록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더라도 범죄혐의가 짙은 중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006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범죄의 중대성’을 구속사유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안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구속사유는 종전처럼 주거부정, 증거인멸,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 세 가지에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곽 교육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에서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반면, 부산저축은행 특수목적법인(SPC)인 낙원주택건설의 대표 임 모씨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했다.
또 김 부장판사는 시도상선 권혁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최근 같은 이유로 기각했고, 지난 4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방송인 신정환씨에 대해 “범죄 혐의는 소명되지만 재활 치료가 필요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