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기자] 마약청정국가로 분류돼온 우리나라가 마약 유통을 위한 중간 경유지(TRANSIT POINT)로 이용되면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해외관광객과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했고 과열된 영여교육 열풍으로 인한 조기 해외유학생과 원어민 강사 유입의 증가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대검찰청 마약과에 따르면 최근 감기약과 다이어트제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신공법으로 GHB(데이트 강간 약물·일명 물뽕)를 제조한 사건이 적발되는 등 일반인도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지는 추세다.
필로폰은 우리나라 주종 마약류로 국제 마약 거래조직들은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점을 악용, 마약세탁을 위한 중간 경유지로 이용하고 있으며 중국인과 일본인 등 다국적 마약운반책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 마약조직과 연계한 국제우편 및 특송화물을 이용해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방법은 인터넷을 이용,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고 운반에 따른 위험부담이 적어 국내 소비 목적 소규모 마약류 밀반입 증가로 이어진다.
2010년 국제우편 거래로 인한 밀수사례는 151건으로 2004년 30건에 비해 5배가 늘었고 해당 국가는 총 31개국에 달한다.
외국인 마약사범 역시 급증해 2001년 70명에서 2010년 858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국내체류 외국인이 점차 늘어나 2010년 126만명을 돌파하면서 중국인, 러시아 선원, 스리랑카 태국 등 동남아시아 출신의 근로자,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원어민 외국어 강사들의 마약사범 적발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이들의 수적 증가가 그대로 마약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마사범 추이를 살펴보면 2006년 835명에서 2007년 1170명, 2008년 1045명, 2009년 1712명, 2010년 1837명으로 늘어났다.
이 역시 국제화에 따른 외국인 마약류 사범과 외국 조기유학 내국인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대마초는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가 주요 밀수출국으로 대체로 영어권 나라 출신 학원 강사 등의 소규모 밀수 사례가 주종을 이룬다.
밀반입국도 네델란드, 뉴질랜드, 체코 등 다양화 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국내에 체류하거나 여행하는 외국인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마약류 밀반입량은 총 1109정으로 전년(996정) 대비 11.3% 증가했다.
밀반입되는 종류도 필로폰뿐만 아니라 엑스터시, YABA(합성마약), 크라톰(각성제), 벤질피페라진(살충제 원료로 흥분제), JWH-018(합성대마), 케타민(진정제) 등 다양해졌고 해외 유학생과 외국인 학원 강사, 조선족 등 여러 루트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2010년도 전체 마약사범류 중 생산 근로계층인 20~40대가 74.1%(전년도 69.7%)로 대다수를 차지해 청·장년층 마약류범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과 대마사범은 20~40대 청·장년층이 각각 81.2%, 81.8%에 이른다.
또 마약, 항정, 대마 등 마약류사범 중 마약사범만을 보면 남녀사범 비율이 2008년 46:54, 2009년 42:58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다른 범죄와 비교할 때 여성 비율이 현격히 높은 수치로 전문가들은 다이어트제로 둔갑한 마약의 확대와 가정주부의 갱년기 우울증을 주요원인으로 보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검찰의 단속을 통해 적발된 건수만을 토대로 집계된 수치가 이 정도라면 실제 마약사범은 이보다 최소 수십~수백배에 달할 것이 분명한데 정부가 마약사범의 실태와 현황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검찰은 “최근 여러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마약사범으로 잇따라 적발되면서 마약류의 유입루트가 다양화돼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마약류 투약으로 환각상태에서의 살인, 강도, 강간, 절도, 인질극 등 2차 강력범죄들이 특별한 동기나 이유 없이 우발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뤄지고 있으며 마약구입자금 마련을 위한 강도와 검거하려는 수사관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점점 흉포해져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