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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 “감기약 마트판매, 범죄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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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우 기자

승인 : 2011. 08. 04. 10:03

"미국이 롤모델? 우리처럼하고 싶어도 못한다"
[아시아투데이=백대우 기자]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4일 편의점 등에서 ‘약국 외 판매약’을 판매하도록 보건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 “기본적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도서·산간 지역과 심야 시간 등 취약 지역과 시간에 대한 대책은 세워야 하겠지만, 이번 개정안은 약의 오남용과 안전성 등이 담보되지 않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 등의 선진 국가가 우리보다 손쉽게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그런 정책을 내놨는데 미국은 우리보다 국토 면적이 넓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인구 밀집도 등 현실적으로 제한되는 점이 많아 오히려 미국 등에서 우리처럼 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상비약인 타이레놀의 오남용으로 연간 병원으로 후송된 인원이 5만6000여명이고, 사망자는 450명에 이른다”며 “타이레놀 한 가지 만으로도 피해 규모가 이 정도인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약품들을 전부 포함시킨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 의원은 제33, 34대 대한약사회 회장을 지낸 국회 내 대표적 ‘약사 출신’ 인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약국 외 판매약’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 문제는 정말 성급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약국에서 감기약을 대량 구매하거나, 매일같이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약사가 왜 그렇게 약을 많이 사냐’며 대화를 통해 증상에 꼭 필요한 약을 처방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 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많고, 동네 약국 등에서 약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확한 처방과 약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서라도 박카스 처럼 안전이 담보된 드링크제는 모르겠지만,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이 맞다.”

- 감기약이 왜 문제인가.

“감기는 모든 병의 원인이다. 그 만큼 초기에 완벽히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약은 ‘에페드린(ephedrine)’이 주성분이다. 에페트린이 기관지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히로뽕’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동공을 확대시키고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도한 복용이 이어질 경우 중추신경과 자율신경에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약의 오남용을 경계해야 하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다른 연령대보다 청소년들의 오남용이 심해 아무런 제한없이 대형 마트에서 대량으로 구입하게 되면 각종 범죄 유발 등 또 다른 사건·사고를 야기할 확률도 커지게 된다.”

- 선진국들은 이미 감기약이 ‘표현화’ 됐다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야 된다고 하는데.

“미국은 심한 경우 인구 밀도가 우리 보다 200배 정도 떨어지고 국토 면적도 매우 넓어 기본적으로 우리와 처한 입장이 상당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의 ‘롤모델’이 될 수는 없다. 타이레놀의 슈퍼 판매에 따른 ‘피해 사례 실태 조사’를 통해 감기약 등의 약국 외 판매로 인해한 세계적 문제점을 오히려 널리 알리고 계몽하는 캠페인을 벌어야 할 때다.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 도서·산간 지역이나 심야 취약 시간대는 현실적으로 약을 구하기가 힘든데.

“각 가정 마다 상비약 세트를 마련해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사전에 처방 받아, 필요할 때 바로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증상에 따른 처방약에 대한 정보를 약국과 연계해 약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해야 한다.”

- 약국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단순히 약국을 살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우리처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약의 오남용에 대한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약국의 인프라를 넓히는 방법 등 기타 다른 방법을 통해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을 보듬는 작업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약에 대한 ‘통제된 유통’은 국민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정부 안 대로 처리되면 향후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약국에서 약을 구매할 때 추가적인 상담료 없이 약사와 상의 후 ‘복약 지도’ 등을 받은 뒤 약을 구입한다. 그러나 약을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면 심리적으로 볼 때 빵이나 음료수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음식’이 아닌 ‘약’이라는 최소한의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지게 된다. 과다 복용과 오남용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채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먹는’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약에 대해 적어도 ‘조심스럽다’는 느낌이 남아 있어야, 오남용에 따른 폐해를 예방할 수 있다.”

- 주말이나 취약 시간 등에 약을 구매할 때, 불편함은 존재하는데.

“심야 시간에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면 대체적으로 약국을 찾지 않고 병원으로 간다. 그런 수요를 제외하고 기본적 약품에 대한 수요만을 놓고 보면 심야 당번제 약국 등을 활성화 시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약은 소위 말하는 ‘안전성·정확성’과 ‘편의성·편리성’ 기준으로 나눠보면, 안전성 등에 방점을 찍고 편의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정부가 현재 내놓은 안 처럼 편의성을 중심에 두고 안전성을 보완한다는 개념은 앞뒤가 안 맞는 판단이다.”

- 편의점 판매는 필연적으로 약사 수 감소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동네 약국의 경우 편의점과 약국이 결합된 거대 체인이 등장하게 되면 시장을 전부 잠식 당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폐업을 하게 되는 약국이 늘고,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만 현실적 측면에서 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 약사들이 급증할 것이다. 약사는 추가적인 상담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측면이 많이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국민 건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사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오히려 이들을 사장시키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니다.”
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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