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참가인 정보의 마케팅 및 광고 활용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아이폰 소송 사이트의 약관조항. |
[아시아투데이=유선준 기자] 법무법인 ‘미래로’가 아이폰 피해 사용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폰 소송사이트 이용약관에 소송과 전혀 관계없는 상업적인 내용들이 포함돼있어 소송에 참가하려는 이용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애플사가 아이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동참할 사람들을 모집하면서, 소송 참가자들로 부터 수집한 개인정보를 마케팅이나 광고에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도록 약관을 작성한 것은 단순한 실수라고 하기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22일 미래로 측이 만든 아이폰 소송 참가사이트(수애플 sueapple.co.kr)를 살펴보니 신청가입 화면에 신청개인정보와 약관 및 개인정보수집방침 등이 G쇼핑몰 사이트의 약관과 거의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 등을 활용하다 보면 약관이 서로 유사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세계적인 IT업체인 애플사를 상대로 아이폰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쇼핑몰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관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이폰 소송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아이폰 소송 참가사이트에 접속한 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자신이 보유한 아이폰의 일련번호와 이메일 주소까지 모두 상세히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화면에 표시된 동의를 요하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관한 약관을 보면 수집항목으로 위에 입력한 정보 외에도 접속 로그 , 접속 IP 정보 , 결제기록뿐만 아니라 그 외 본 소송을 수행·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항목 이라는 포괄적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리고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목적’을 나열한 부분 중 ‘다’항을 보면 ‘마케팅 및 광고에 활용’이라는 제목 아래 ‘신규 서비스(제품) 개발 및 특화 , 이벤트 등 광고성 정보 전달 ,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서비스 제공 및 광고 게재, 접속 빈도 파악 또는 회원의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계를 적시하고 있다.
약관 내용대로라면 개인정보를 노출 당해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신상정보를 로펌 측에서 마케팅과 광고에 활용하는 것에 동의해야 하는 꼴이다.
정준길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로펌 측에서 개인정보를 마케팅이나 광고에 활용한다고 대놓고 약관에 기재한 것은 처음 본다”며 “로펌 측에서 개인정보를 마케팅이나 광고에 쓴다는건 어이없는 일이고 어느 로펌에서도 그런 약관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에 관해서 비밀을 준수하고 개인정보를 묵인해야 하는 로펌에서 이런 내용의 약관을 기재한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미래로 소속 김형석 변호사는 “내가 약관을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일반적인 약관을 썼는지 여부를 만든 분과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아이폰 소송 참가사이트 이용약관에는 ‘호스팅서비스’나 ‘도메인서비스’같은 이번 소송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의 문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또 사이트에서는 소송위임계약의 중요사항을 명시·설명한다며 화면 상단에 실제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비용 9000원과 부가가치세 900원, 인지대 수수료 5000원, 송달료 등 비용 2000원을 합한 1만6900원이 결제할 금액이라는 사실을 큰 활자로 부각시키면서 정작 중요한 성공보수와 관련된 내용, 즉 소송참가자가 지급받는 경제적 이익의 20%를 소송대리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은 화면 가장 하단 부분에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
게다가 미래로 홈페이지는 몇일째 ‘수정 중’이라고 나와 아이폰 소송 피해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애플사를 상대로 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미래로 측이 어떤 로펌인지 궁금해 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많지만 이 로펌에 대한 정보가 일체 없어 답답함을 주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인 전지훈(26·인하대)씨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 집단소송에 동참하려 했지만 이 로펌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 불편했다”며 “대규모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홈페이지를 수정하고 있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현재 아이폰 사용자 2만 5000여명이 1만6900원을 결제하고 소송에 참여했으며 소송인단 모집 5일 만에 소가가 22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