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 |
흔히 ‘대학로’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분비고 화려한 상점과 주점들이 즐비합니다. 여러 소극장들에서 연극 등 공연도 이뤄지고 있고요.
오늘은 이 거리에 눈길을 끄는 한 편의 시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대학로의 대로 중간쯤에 큰 바윗돌에 선명하게 쓰인 시입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위대한 종교사상가이자 교육자로 존경받는 함석헌 선생의 시비입니다.
누런 빛 바랜 이 시비가 대학로의 한 길목에 버티고 서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참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휴대폰에 수백명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지만 선생이 말씀하신 ‘그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하면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아쉬움이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요.
선생이 말씀하신 ‘그 사람’을 한 평생 동안 만날 수 있다면 큰 축복일 것입니다.
내 목숨을 버리고 구명대를 양보해 주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 그가 있음으로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고,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도 연꽃처럼 피어나는 그 사람을 보며 나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을 일생동안 1명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또 우리 역시 그 누군가에게 ‘그 사람’ 이 되어줄 수 있어야겠죠.
‘그대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물음에 당당히, 자신 있게 ‘예 가졌습니다.’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될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해나가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