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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스무살 생일 맞은 ‘넌센스’ 선보이는 박원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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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1. 04. 21. 15:23

“초연 멤버들이 모여 연륜 있는 무대 꾸밉니다”
 박원정 넌센스 컴퍼니 대표가 20일 오후 ‘넌센스’ 20주년 공연이 올려질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병화 기자 photolbh@
[아시아투데이=전혜원 기자]척박한 대학로에서 대형기획사와 스타마케팅이 활개치는 가운데 20년 동안이나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뮤지컬이 있다.

라이센스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20년간 관객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넌센스’가 바로 그것. 다섯 수녀의 배꼽 잡는 대반란을 그린 이 작품은 91년 6월 초연된 이래 9000회 가까운 공연을 통해 5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박정자, 윤석화, 양희경, 하희라, 이태원 등 이 작품을 거쳐 간 배우들만도 300명이 넘는다.

최장 기간 공연, 최다 관객 동원 등 뮤지컬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작품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해 기념 무대를 선보인다.

20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위치한 ‘넌센스’ 사무실에서 공연 준비에 한창인 박원정 넌센스 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이번 주는 마무리 작업 때문에 네 시간도 못자고 있다”는 박 대표는 이번 공연에 관해 “91년도 초연 무대에 섰던 우상민(원장수녀), 민경옥(허버트 수녀), 황수경(엠네지어 수녀) 등 세 배우가 다시 모인다”면서 “당시 20대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지금은 40대가 돼 연륜이 묻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에 이 공연을 봤던 이들은 이번 공연을 보면 예전 생각이 많이 날 것”이라며 “분장실에서 수다가 끊이질 않고 분위기가 너무 좋다. 선배들이 예전에 자기가 입었던 옷들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연습하면서 누룽지 등 온갖 음식을 가져와 함께 먹는 등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2년 호암아트홀 공연 당시 ‘넌센스’ 출연 배우인 박정자, 양희경, 김미혜, 윤석화, 윤희정<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 조민 대표가 폐암으로 작고하면서 ‘넌센스’ 이끌게 돼

박 대표가 ‘넌센스’를 떠맡게 된 것은 이 작품을 처음 우리나라에 들여온 뮤지컬컴퍼니 대중의 조민 대표가 폐암으로 2년전 작고한 후부터다.

조 대표는 평소 딸처럼 여기던 그에게 ‘넌센스’를 부탁하고 세상을 떠났다. 박 대표는 빚 문제 등으로 회사 이름을 넌센스 컴퍼니로 바꾸고 공연을 계속 진행시켰다.

그와 조 대표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때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했는데 함께 봉사활동을 한 분들 가운데 조 대표님 어머님이 계셨어요. 어느날 우연히 어머님이 ‘아씨’란 작품을 보러 가자 해서 따라갔는데 그곳에서 조 대표님을 알게 됐죠. 이후 대표님이 아들만 셋이고 딸이 없어 저를 딸처럼 대해주셨고, 함께 낚시하러 자주 다니며 친분을 쌓았어요. 대표님이 돌아가실 때 마지막 한달간 병간호를 제가 하고 임종도 지켜봤어요.”

박 대표는 평소 뮤지컬에 관심은 많았지만, 막상 직접 기획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려 하니 힘든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처음 대표를 맡게 됐을 때 사람들이 ‘쟤는 누구야?’란 반응이었어요. 뮤지컬컴퍼니 대중이 30년이나 된 곳이다 보니 그 속에 들어가서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어려웠죠. 더더구나 전 직원을 통틀어서 나이는 제가 제일 밑에서 두 번째였어요.”

그래서 그는 처음에 인터뷰 제의도 모두 거절했다. “1년이 지나도 내가 여기에 있으면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처음에는 모든 일이 어렵기만 했다.

“2년 간 이곳을 이끌면서 집을 싼 곳으로 이사하고, 차를 두 대 팔았어요. 배우들의 월급 문제, 그간 밀린 라이선스 비용 문제 등으로 속앓이도 하고요. 기획 쪽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잠도 안 오더라고요. 하지만 조 대표님에 대한 믿음, 즉 제게 대표직을 물려주셨을 때는 그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계속 이끌어오게 됐어요.”

여기에는 독립심 강한 그의 성격도 한몫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포장마차, 대리운전 사업 등을 하면서 대학 등록금과 결혼 자금 등을 모두 직접 조달한 이력이 지금 어려운 상황도 이겨내게 만들고 있다.

◇ 전기 나가서 촛불 켜고 공연, 에어컨 고장 나서 얼음주머니 나눠주기도

뮤지컬 ‘넌센스’는 조 대표가 외국에서 이 공연을 관람한 뒤 한국에 들여오게 됐는데 처음에는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아 많은 각색 과정을 거쳤다.

이후 객석 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등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됐는데, 당시 박 대표는 조 대표의 초대로 이 공연을 보러 왔다가 남는 표가 없어 계단에 앉아 봤다고 한다.

20년이나 계속된 공연이다 보니 관련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공연 중에 전기가 나가서 촛불을 켜고 공연한 적도 있대요. 공연을 보러 온 분들이 한 명도 안 나가서 20분간 촛불을 켜고 공연을 했다 하더라고요. 또한 에어컨이 고장 나서 얼음주머니를 나눠준 적도 있고요. 과거에는 예약제가 아니라서 이 공연을 보겠다고 온 사람들이 줄을 쫙 섰는데, 멀리서 와서 꼭 봐야 된다는 관객들 때문에 객석 외에 계단이나 복도 등에도 관객을 앉혔다고 해요.”

‘넌센스’는 7년 동안 4000회 넘게 공연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매일 두 회씩 공연을 한 셈이다. 평일날도 두 회씩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은 지금도 거의 없다.

이 작품의 인기 비결에 관해 박 대표는 “공연을 보고 난 관객들이 '박수를 많이 쳐서 손바닥이 다 아프다', '니가 하도 웃으면서 때려서 등짝이 아프다'고 말한다”면서 “시대에 따라 바뀌어가긴 했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웃음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배우-관객 호흡 중요해 대극장 무대 가지 않을 것

넌센스 컴퍼니는 ‘넌센스’ 시리즈 가운데 ‘넌센스’와 ‘넌센스 잼보리’ 두 개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올 연말쯤에 박 대표는 ‘넌센스 잼보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넌센스 잼보리’는 ‘넌센스’ 시리즈의 3편인데 ‘넌센스’보다 훨씬 쇼적인 면이 강하고 관객과 호흡하는 부분이 많다”고 얘기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로에서 투자 받지 않고 자체 제작으로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서 “노래 잘하는 배우들, 재능 있는 이들과 함께 하면서 작품의 질을 항상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극장에 이 작품을 올릴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넌센스’는 배우와 관객 사이의 호흡이 중요해서 큰 무대로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면서 “만약 1000석 자리의 공연을 진행한다면 앞에 300석만 재밌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뮤지컬 ‘넌센스’ 20주년 기념 공연 포스터
◇ 미리 보는 ‘넌센스’ 20주년 기념 무대

‘넌센스’는 ‘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들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란 특별한 이유로 수녀 5명이 벌이는 이색 공연 속에 개그와 풍자를 쏟아내는 작품이다.

근엄하면서도 자신의 약점에 약한 원장수녀, 우직한 원장수녀의 오른팔인 허버트 수녀, 십자가에 머리를 맞아 기억을 잃어버린 엉뚱한 엠네지아 수녀, 자유분방하고 솔로무대의 꿈을 꾸고 있는 로버트앤 수녀, 귀여운 발레리나 레오 수녀 등이 등장한다.

미국의 댄 고긴이 극본을 쓰고 작곡해 1986년 비평가협회로부터 뮤지컬대상 각본상, 음악상을 받았다.

왈가닥 수녀들의 요절복통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려낸 이 공연의 20주년을 맞아 초연 멤버 우상민, 민경옥, 황수경 트리오가 컴백한다.

여기에 박정희, 장예원, 송희영 등 그간 대학로 ‘넌센스’ 무대를 지켰던 터줏대감 배우들도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22일부터 6월 19일까지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공연한다. 4만~5만원. (02)741-1234

 1992년 뮤지컬 ‘넌센스’ 초연 당시 배우들의 모습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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