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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세운초록띠공원 혈세들여 상권만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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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휘 기자

승인 : 2011. 02. 24. 18:47

고도제한, 보상 차질로 사업 스톱...주민, 상인들만 울상


현대상가 자리를 허물고 2008년 6월 준공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앞 길이 70m, 폭 50m 규모의 세운초록띠공원. 이후 세운초록띠공원 조성사업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권용휘 기자] 세운상가(서울시 종로구 종로 4가) 일부 건물을 허물고 조성한 초록띠공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어설픈 도심재개발 정책을 상징하는 조롱감이 되고 있다. 

24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길이 70m, 폭 50m 규모의 이 초록띠공원 공사에는 1300억원이 넘는 서울시 예산이 투입됐다.

시민들은 “오 시장이 헛돈을 썼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세운초록띠공원 조성사업은 2년째 중단된 상태다.


◇ 세운스퀘어 이주 상인들 장사안돼 생계 위협

“저 손바닥만한 게 무슨 공원이에요. 강남에 가면 저만한 버스 정류장 많아요. 차라리 그대로 장사하게 내버려 뒀으면 얼마나 좋아요” 

세운상가 근처를 지나던 택시기사 손경도 (54)씨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세운초록띠공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맨 처음 만들 때는 시끌벅적 했다”며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애들 밥 먹일 돈도 없다면서 저런 건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서울을 푸른 자연과 넓은 광장있는 시민들이 마음껏 거닐고 즐길 수 있는 도시로 탈바꿈 시킬 것'이라는 오 시장의 구상에서 시작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초록띠공원 자리에 있던 현대상가를 허물고 그 안에서 살던 주민들과 상인들에게 지급한 보상비만 900억 원이 들었다. 현대상가 철거비용과 공원 조성 비용까지 모으면 약 1000억원이나 된다.

SH공사는 현대상가에서 장사하던 이들을 위한 이주상가 세운스퀘어까지 마련했다. 국방부 소유였던 건물 2동(연면적 1만7398㎡)을 리모델링하고 신축건물 1동(연면적 5964만㎡)을 증축하는 데 들인 비용은 368억 원.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14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초록띠공원은 공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만큼 조그맣다.

상인들이 이주한 세운스퀘어 상가의 활력은 옛 현대상가만 못하다.
 
현대상가에서 컴퓨터 부품을 팔다 세운스퀘어 테크노관 2층으로 옮긴 이모 씨는 “요즘 온라인으로 많이 사고팔고, 경기가 안 좋은 이유까지 감안해도 예전에 비해 상권이 많이 죽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운스퀘어는 개장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점포가 들어서지 않은 빈공간이 많다. 

세운상가 역시 현대상가 철거 이후 급속히 활기를 잃었다.

세운상가 4층에서 컴퓨터 주변기기를 파는 최모 (54)씨는 “2년 동안 세운상가 3~4층 점포 주인 중 40%는 점포를 비웠다. 그 사이 들어온 상점은 보상비를 노리고 들어온 곳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2년 전에는 이 문제로 세운상가시장협의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한국 최고의 상권은 종로’라는 명성이 서울시의 정책때문에 한순간에 허물어졌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었다.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위치한 세운스퀘어 테크노관 2층.  현대상가 상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이곳은 옛 세운상가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상가로서의 활력이 없다.  

 ◇ 오세훈시장 야심작 세운재정비사업 수년째 헛바퀴 


현대상가를 허물고 초록띠공원을 짓는 1단계 사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현대상가 소유주가 현대백화점으로 돼있어 지주가 많은 여타 사업부지보다는 한결 토지작업이 수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 90m, 길이 290m의 녹지를 만들려는 세운초록띠공원 2단계 조성사업 부터 엇박자를 냈다. 2단계사업 대상자인 청계·대림상가 소유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토지주와 건물주가 다르다. 청계상가는 분양할 때 토지주와 건물주를 따로 모집했다.

건물주만 390명. 여기에 세입상인까지 끼어있다. 보상문제가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현재 여러 건의 보상절차나 처우에 관한 소송이 걸려있다. 시는 2012년까지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언제 끝날 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금 상태로는 6~7년이 지나도 어렵지 않겠냐”고 바라보고 있다. 세운상가 상인들 사이에서는 세운상가재정비 사업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사업진행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세운재정비사업은 본질적으로 민간주도형 사업”이라며 “시는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 사라진 개발이익...발목 잡힌 주민들만 분통 

문제는 또 있다. 1단계 사업을 마쳤다고는 하지만 공원만 만들었을 뿐 주변 4구역은 개발되지 않았다. 4구역 지주들은 이럴바에는 차라리 개발을 그만두고 원래대로 돌려놨으면 하는 심정이다.
 
시는 1단계 사업(총 비용 1000억 원)을 시비로 먼저 집행하고 4구역 사업 시행사인 SH공사를 통해 거둬들이게 된다. SH공사는 건물을 짓고 지주들에게 분양을 해 그 금액을 충당할 예정이었다.

시는 4구역 지주들에게 122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4구역 지주들이 기대했던 개발이익은 사라졌다.

문화계는 시가 수익자 부담을 들어 개발비용을 민간에 떠넘기고, 종묘 바로 옆에 고층건물을 짓도록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4월 14일 문화재청은 “기존 122m, 36층으로 계획한 세운4구역 설계를 종묘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높이를 75m로 낮추라”는 심의 결정을 서울시와 SH공사에 통보했다.

서울시와 시행사인 SH공사측은 이를 토대로 설계를 변경하고 도시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4구역의 사업성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4구역 지주들(108명)은 “서울시가 1단계 사업에 들인 1000억 원은 결국 우리가 떠안아야 할 몫이 됐다”며 볼멘소리다.

김종길 세운4구역주민대표자회의 위원장은 “(122m높이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계약조건이 바뀌었다”며 “이런 조건이었다면 사업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SH공사는 사업성이 줄어들어도 투자금을 회수해야하기 때문에 분양가는 높게 부르고 현금 보상액은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주들은 이미 사업에 동의한 탓에 SH공사가 제시한 분양가나 현금 보상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땅값이 올라 개발이익을 보지않았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지주들은 개발이익이 아니라 개발 손해를 보고 있다. 매매 자체가 사라졌다”며 “고도제한으로 용적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어느 건설사가 사업성도 없는데 덤비겠느냐. 사업성이 없어 SH공사도 손을 드는 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현대상가를 허물고 손바닥만한 공원을 만들었다. 서울시가 고도 제한도 염두에 두지않고 사업을 밀어부쳤다. 서울시의 오판이다. 그걸 왜 지주들이 책임져야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인근 주민 김모 씨(75)는 “현대상가도 안 허물고 공원도 안 만들었어야했다”며 한탄했다.

권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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