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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환 기자의 심리학 카페]<11>혈액형 성격…“아닌데, 설명할 방법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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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환 기자

승인 : 2011. 02. 16. 10:03

[아시아투데이=홍경환 기자]혈액형 이야기는 ‘독심술(일명 관심법이라고 하죠)’과 더불어 심리학도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심리학 전공자 앞에 서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들이 이 두 가지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제 심정은 이렇습니다.

“참 아닌데, 뭐라 표현할 방법은 없고…아니라고 말했다가 분위기만 망칠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심리학을 인문학의 영역으로 생각하시는데, 심리학은 ‘과학’입니다. 즉 다시 말해서 심리학 이론들은 ‘검증’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이죠.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 여부를 ‘통계’와 ‘실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합니다.

수많은 심리학자와 생물학자들이 혈액형이 성격과 상관관계가 있느냐 여부를 조사했는데, 조사할 때 마다 나오는 결론은 ‘상관관계가 없다’입니다.

상관관계(相關關係)란 통계 용어인데요. A와 B가 어느만큼 ‘관련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추 생산량에 따라 배추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보려 할 때, 경제학자들은 상관관계를 조사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배추가 많이 생산되면 가격이 내리고, 배추 작황이 좋지 않으면 가격이 급격히 오릅니다.

또 담배가 폐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때도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봅니다. 담배를 피우는 A집단에서 폐암 발병률이 높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B집단에서 폐암 발병률이 낮으면, 담배가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어떤 매커니즘에서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지는 몰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이지요.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의 그림에서 a와 b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혈액형과 성격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느냐 여부를 알아보면 c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혈액형 성격학이 ‘성격학’으로써 가치를 지니려면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혈액형이 A형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이다. 또 O형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 것이다 라는 예측이 성립하고 들어맞아야 하는데, 이 혈액형 성격학의 예측가능성은 요즘 뭇매를 맞고 있는 일기예보만도 못합니다.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다 보니 각종 ‘변종’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O형 타입의 B형” “AB형 같은 O형” 등이 이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혈액형 성격학은 분명 AㆍBㆍO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유형론’인데, “AB형 같은 O형”이라는 ‘괴설’은 유형론의 근간을 흔드는 말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혈액형 성격학에서 주장하는 내용 자체가 ‘괴설’입니다. 혈액형 성격학에서는 △조용한 A형 △활발한 B형 △활동적인 O형 △응용력이 좋은 AB형으로 각 혈액형별 성격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A형=내향적’ ‘B형=외향적’이라는 말로 풀이될 수 있을 겁니다. 헌데 여기서 발생하는 첫 번째 문제점은 B형과 O형이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활발’ ‘활동’ 단어 자체가 매우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활발은 생기 있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고, 활동은 생기 있게 움직이는 것을 뜻하니까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B형을 살펴보면, 응용력이 좋다라고 돼 있는데, 제가 아무리 양보를 해도 ‘응용력’이 ‘성격’이라는 데에는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능’을 뜻하는 말입니다.

혈액형 성격학이 이론으로써의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들어보면 맞던데”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왜 맞는 것처럼 보일까라는 의문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 “재미로 보는건데 뭔 상관이냐”는 반응도 꽤 있습니다. 이 또한 다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홍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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