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부산 사직구장. 지난해 롯데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면서 100만명이 넘는 관중을 끌어 모아 국내 프로야구단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
[아시아투데이=임진국 기자]한때 야구기자들 사이에서 '롯데스럽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롯데스럽다'는 비아냥 거릴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표현이었다. 선수단 지원에 인색한 짠돌이 구단 롯데자이언츠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신조어였다.
창단 30년이 된 롯데가 또 다시 '롯데스러운 일'을 했다. 이대호와 연봉협상을 못해 결국 한국야구위원회에 연봉조정을 의뢰한 것이다. 야구팬들의 온갖 비난에도 아랑곳 없이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를 연봉조정이란 도마위에 올려 난도질을 당하게 한 것이다.
롯데는 지난 20일 열린 KBO 연봉조정위원회에서 이겼다. 조정위원들이 구단이 제시한 금액(6억3000만 원)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롯데는 표면상으로 이겼지만 사실상 진 것과 다름없다. 7000만 원을 아낄려고 이대호와 부산야구팬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옹졸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대호가 최고대우(7억 원)를 요구하자 서둘러 협상테이블을 치워버렸다. 구단제시액(6억3000만 원)과 7000만 원 차이여서 협상 여지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연봉조정 신청(1월 10일) 이후 10일이란 조정 기간이 있었는데도 한 번도 이대호와 만나지 않았다. '이대호가 워낙 강경해 손을 쓸수가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연봉조정에만 올인했다.
롯데는 반칙도 서슴치 않았다. 구단고위관계자가 연봉조정에 앞서 위원들에게 "구단이 어렵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청탁성을 띤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청탁을 우려해 연봉조정 결정 후에 조정위원을 공개했다. 그런데 롯데는 사전에 명단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호와는 대화의 벽을 막아놓고 뒤에서는 꼼수를 부린 롯데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연봉조정때 일부 위원들은 롯데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롯데가 미친 짓을 했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대호가 구단 고과점수를 떠나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 만으로도 국내 최고연봉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 조정위원은 "사직구장을 한번만 가득 채우면 7000만 원은 쉽게 뽑을 수 있다"면서 "왜 이대호와 부산팬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의 야구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직구장에 경기가 열리면 구름 관중이 모인다. 2년연속 100만명 이상의 관중을 모은 롯데는 국내 프로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롯데는 애써 이런 사실들을 외면하고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이대호를 연봉조정으로 내몬 것도 모자라 창원시의 9구단 창단작업에 딴지를 거는 등 소인배 같은 행동을 일삼고 있다.
롯데는 이번에도 팬들의 질타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고 있다. 부산시민들이 이대호의 패배가 마치 자신들의 일인냥 연일 롯데를 성토하고 있는데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팬들의 비난을 '동네 개짖는 소리'쯤으로 여기는 듯 하다. 참 롯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