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남북 ‘대화’ 기싸움..의제.조건 동상이몽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437761

글자크기

닫기

신대원 기자

승인 : 2011. 01. 09. 20:09

 [아시아투데이=신대원 기자] 새해 벽두부터 남북대화 재개를 둘러싼 남북 양측의 기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북한이 숨가쁜 대화공세를 이어가며 국면전환을 꾀하고 나서자 남측은 즉각 대응을 자제한 채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핵문제를 의제화하자며 역공을 가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는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제각기 유리한 의제와 조건을 만들어나가려는 협상전략과도 연계돼있어 양측의 신경전이 간단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회담의 성격과 의제를 둘러싸고 '동상이몽'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1일)과 정부ㆍ정당ㆍ단체 연합성명(5일)에서 당국간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한데 이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8일)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회담을 제의했다.

   정치현안이 아닌 경제와 교류.지원에 관한 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게 정부 주변의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당장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이 필수의제라고 보고 이를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희생시킨 도발행위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책임있는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수순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북핵 문제도 의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반도 안보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북핵 문제를 직접 당사자인 남측과 논의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운 '비핵.개방.3000'이나 통일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첫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한 ▲비핵 평화 ▲대외 개방 ▲민생 우선 등 '3대 북한 변화 구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북한이 꾀하고 있는 평화공세(peace offensive)의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북한이 내놓고 있는 일련의 대화 제안은 '진정성'이 없이 남측에 일방적으로 대화경색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전략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담재개의 조건과 시기를 놓고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북한은 당국간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하면서 아예 회담 개최시기를 1월 말이나 2월 상순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북핵 문제의 의제화를 조건으로 내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어 UEP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현재로서는 UEP 문제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며 안보리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우선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UEP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가 이르면 금주부터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중국의 부정적 반응 등으로 현실적으로 조기에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정부로서는 UEP를 앞세워 남북대화의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현시점에서 당장 남북대화를 할 경우 UEP를 비롯한 핵문제와 같은 본질적 이슈보다는 경제와 교류.지원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략적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UEP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주장을 선전하는 장으로 남북대화를 활용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싸움 속에서 남북이 조기에 대화의 접점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정부가 검토 중인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북핵 문제를 남북대화의 의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상당히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무관함을 주장해 왔고 연평도 포격 또한 남측의 군사훈련이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핵문제 역시 민감한 정치적 대화는 미국과 진행하겠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해 왔고, 핵포기를 먼저 요구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우리측 의제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외면 또는 거부하면서 기존보다 한단계 높은 형식의 대화제안을 전개하며 우리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우리측 의제를 북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현시점에서 굳이 남북대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19일 미.중 정상회담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UEP 논의동향을 지켜보면서 남북대화를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남북 양측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달 하순까지 서로 '공'을 떠넘기며 신경전을 주고 받는 핑퐁게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대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