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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배경 연극 두편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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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0. 11. 17. 11:20

‘경성스타’ VS ‘락희 서울’

연극 경성스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들의 모습을 그린 연극 두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우선 한국 최초의 여배우로 꼽히는 이월화(李月華, 1904~1933)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경성스타’가 공연된다.

이월화는 일제시대 연극 무대와 스크린을 누비며 이름을 날렸지만 29세의 나이로 요절해 자살설이 돌기도 한 여배우다.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이런 이월화의 드라마틱한 삶에 상상력을 덧입혀 연극 경성스타 를 만들었다.

일제 강점으로 연극계도 암흑기에 빠졌던 1920~1940년대를 배경으로 친일 연극의 실상을 파헤치는 동시에 수치와 오욕으로 점철된 시대적 상황에도 저항 정신을 잃지 않았던 연극쟁이들의 고민을 조명한다.

이월화가 극작가 임선규와 동시대에 연극 작업을 했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남성 중심적이던 사회에서 근대 여성 연극인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갔던 고군분투기가 세밀하게 그려진다.

극중 배경은 1930년대 서울 시내에 자리 잡은 동양극장. 이 극장에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를 발표한 임선규는 경영난에 빠진 극장이 빚더미에 올라앉자 극단 아랑 으로 독립한 뒤 동학당 빙화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는다.

하지만 일어로 공연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임선규도 친일 연극을 집필하고 군산항 작부로 전락한 이월화를 찾아가 여주인공 역을 맡긴다.

해방이 되자 임선규는 절필을 선언한 뒤 아내와 함께 월북길에 오르고 남은 연극인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진다.

신들린 듯한 연기로 객석을 휘어잡는 배우 김소희가 이월화 역을 맡고 김용래, 오동식, 변진호, 윤정섭, 배보람 등 연희단거리패 간판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윤택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19~28일 대학로 예술극장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만5000~3만원. (02)763-1268.

일제시대 ‘딴스홀’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시대극 ‘락희(樂喜) 서울(Lucky Seoul)’도 관객과 만난다.

일제는 시국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조선에 댄스홀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1937년 레코드 회사 문예부장과 영화배우 오도실, 기생 박금도 등 조선 여성 8명이 총독부에 딴스홀을 허가해 달라는 청원을 낸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 라는 제목으로 잡지에 기고한 이 글은 유독 조선에만 댄스홀을 허가하지 않는 것을 통탄하며 카페에서 추던 춤을 댄스홀에서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락희 서울’은 이러한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덧입혀 만들어진 작품으로, 극단 아리랑이 지난해 초연한 연극 ‘경성에 딴스홀을 허하라’를 새롭게 보강해 선보이는 무대다.

일제 강점기 조선에 서구 문물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조선인의 모습이 오늘날 가치관 부재로 방황하는 현대인의 자화상과 비슷하다는 점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한물간 여배우, 금광사업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문학청년, 동경제대를 졸업한 고학력 백수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해 모던보이 자유연애 같은 새로운 유행 코드가 급부상하던 당시 풍경을 생생하게 재연해낸다.

28일까지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1만5000~2만원. (02)2278-5741.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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