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대리운전 기사의 억울한 죽음…특수고용직이 서러운 이유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381279

글자크기

닫기

류정민 기자

승인 : 2010. 07. 24. 17:08

사용자 지휘·감독 받음에도 법상으로는 ‘자영업자’
노동계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전면 적용 시급”
[아시아투데이=류정민 기자] #대리운전 기사 이모(45)씨는 지난해 7월 차주를 태우고 경기도 동두천에서 목적지인 서울 상계동까지 도착해야 했지만 만취한 손님이 일어나지 않아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차주를 흔들어 깨우자 눈을 뜨며 다짜고짜 날린 주먹에 얼굴을 맞아 멍까지 들었지만 결국 그대로 돌아서야 했다. 나중에 차주에게 연락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며 한사코 지불을 거부해 치료비는 커녕 대리비도 받을 수 없었다.

#택배기사 김모(36)씨는 지난 달 20㎏이 넘는 배송물품을 4층 빌라로 옮기다 허리를 삐끗했다. 다음날 쉬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소위, ‘용차’를 해야하는데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해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일을 나가야 했다. 하지만 결국 다친 곳이 악화돼 1주일간을 병원치료를 받으며 쉬어야 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탓에 결국 모든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故 이동국(52)씨의 사건이 주목을 받으면서 대리기사들을 비롯한 특수고용직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화물차기사, 레미콘·덤프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대리운전, 택배기사, 퀵서비스, 애니메이터, 간병인, 애프터서비스기사, 방송사구성작가, 학원차 기사 등이다. 이들은 현행법상 피고용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적게는 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이 같은 특수고용직은 사실상 업무 지휘를 받고 노무를 제공하는 피고용의 형태로 일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특수고용직 중에서도 레미콘·덤프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4개 직종은 산재보험이 부분 적용되고 있지만 간병인, 택배,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은 아예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대리기사의 경우 이번 이동국씨의 사례처럼 차주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비롯, 폭행과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가 하면 교통안전도 위험한 야간시간대에 일을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리기사 권모(43)씨는 “업무 특성상 술에 취한 고객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데 폭행을 당해 파출소로 가거나 여타 불만이 제기될 경우 소위 ‘콜’을 주지 않는 배차가 제한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택배기사들의 경우 운전과 무거운 물품의 배송으로 인한 허리통증과 어깨 통증, 손목질환 등의 근골격계 질환이 대표적이며, 적재된 화물차령 위에서 내려오다가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치료비용은 본인부담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고용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노무와 대가를 제공하는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와 진보신당이 함께한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전면적용추진을 위한 준비회의'는 23일 국회에서 특수고용 산재보험 전면 적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특수고용 노동기본권의 사회 의제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가기로 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고 이동국씨와 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논의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정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