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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FA ‘황금 10년’, ‘둘째 대만’에 밀려난 ‘장자 홍콩’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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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남 기자

승인 : 2010. 07. 07. 08:37

(6) 차이완 시대… 떠오르는 '메가 마켓’
추정남 기자] 중국과 대만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는 사설을 통해 “홍콩과 중국이 체결한 경제협력강화협정(이하 CEPA)이 7년 걸려 이룩한 성과를 ECFA는 단 한 번에 이뤘다”며 “홍콩 스스로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대만에 밀려 ‘변방의 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에 밀려 ‘찬 밥’ 신세가 된 홍콩의 살 길은 어디에 있을까?

홍콩은 대만을 위한 '마루타'였나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海協會)와 ECFA를 논의하던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海基會) 장빙쿤(江丙坤) 이사장은 지난해 대만 언론에 “홍콩과 중국의 CEPA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협력을 체결할 것이며 적어도 같은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같은 그의 목표는 지난달 29일 ECFA에 도장을 찍으면서 현실이 됐다.

중국과 홍콩의 CEPA 보충협의      사진 = 激動網 캡쳐

이로써 홍콩이 지난 7년간 끊임없는 보충협의를 통해 이룬 중국과의 협력 성과를 대만은 한 번의 협력 체결로 달성하게 됐다.

지난달 중국은 홍콩과 2003년 체결한 CEPA협정의 보충합의를 통해 중국 광둥(廣東)과 하이난(海南), 푸젠(福建), 충칭(重慶), 상하이(上海)에서 홍콩 자본의 병원 경영을 허가했다.

또 일곱차례의 보충 협의를 통해 홍콩 은행이 중국 본토에 지점을 설립할 수 있었으며 초기 1년간 이익을 발생시켰을 때 위안화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금융 협정에도 지난달 서명했다.

금융과 의료분야는 홍콩의 강세 종목으로 '시험 개방'이라는 명목하에 7년간 중국의 눈치를 봐가며 인내한 끝에 지난달 마침내 협력서에 사인을 했지만 대만은 홍콩 덕분에 이같은 시험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가까워진 양안, 홍콩은 돈 잃고 자리까지 내줄 판

양안 삼통(三通)으로 상하이와 타이페이간 직항이 열렸다.                                            사진 =CCTV 캡쳐
지난 2008년 12월 중국과 대만의 삼통(三通-통우·통항·통상)으로 그간 홍콩을 경유해 무역을 해오던 중국과 대만은 직접적인 교역을 시작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양안의 교통·화물·우편 단절로 홍콩은 매년 수 천억 홍콩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으나 '삼통' 이후 홍콩 경유 물류량은 연간 138만 TEU(총 물류량의 6%)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홍콩에서 물류기업을 운영하는 제니 찬(Jenny Chan)은 “주문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 30%나 급감했고 홍콩에서 중국 내륙으로 나가는 선적량도 25% 이상 줄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 중국은 대만과의 경제통합 정책의 일환으로 ‘해협서안경제구(海峽西岸經濟區)’를 만든다며 대만의 실리콘 벨리 신주(新竹)에서 100여 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핑탄다오(平潭島)에 새로운 물류기지 건설을 서둘러 착수, 홍콩을 불안케 했다.

현재 이곳은 양안 경제합작을 위한 양안 특수 관세 시범지구로 선정되면서 섬 전체가 하나의 공사장이 됐다. 중국 푸저우(福州)와 핑탄다오 사이의 바다를 가로질러 건설 중인 핑탄해협대교(平潭海峽大橋)는 총 5km 길이로 내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이 대교가 건설되면 이곳은 중국과 대만의 물동량을 책임지는 최대 물류기지가 될 전망이며 중국과 대만의 IT등 첨단기술 합작구와 문화 관광 합작구가 조성돼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동량을 책임지던 ‘자유항’ 홍콩의 자리를 넘보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콩,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길 뿐

이 같은 상황에서 홍콩 경제가 대적할 수 있는 '무기'는 먼저 경험해본 자 만이 가지고 있는 ‘노련함’과 ‘익숙함’이라고 홍콩내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다.
                                           사진 = YOUKU 캡쳐
이들은 “홍콩은 영국령이었던 과거 시절부터 ‘아시아의 작은 유럽’으로 불릴 정도로 숙련된 물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에 침을 흘리고 있는 세계 각 국과 관계를 지속하며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중국과 대만, 홍콩이라는 ‘초 광역 경제권’이 형성되면 우선 이에 참여하려는 외국 기업의 비즈니스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초기부터 물류를 선점해왔던 홍콩 뿐"이라며 "이미 확보된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이라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중국의 사랑을 빼앗긴 '장자 홍콩'이 살 길은 150년 영국 식민지의 설움을 견디며 배우고 지켜온 ‘중개업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홍콩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추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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