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마음의 상처까지 아물게 해야 치료가 완성”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376035

글자크기

닫기

김미애 기자

승인 : 2010. 07. 07. 13:30

[스페셜리포트] 이철희 보라매병원장
▲ 이철희(57) 서울대학교병원 운영·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장
[아시아투데이=김미애 기자]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숨 쉬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듯 우리는 코의 중요함도 잊고 산다. 그러다 숨길인 코가 막히면 우리의 일상은 갑작스레 불편해진다. 단지 코가 막혔을 뿐인데 냄새 맡고 숨 쉬는 것, 잠자는 것까지 괴롭다. 함께 자는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잠버릇으로만 여겨왔던 ‘코질환’, 우리나라 국민들 중 30~40%가 겪고 있을 정도로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5일 ‘코질환 치료’의 권위자인 이철희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장을 만나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원장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잠자리 버릇이 아닌 질환”이라며 “조기에 질병의 원인을 알고 치료하는 것이 완치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의대 진학을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은 1970년대였죠. 요즘처럼 대학에 관한 정보가 많질 않아서 장래희망에 대해선 막연한 기대감이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1학년 담임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의사란 머리가 좋거나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성실하기만 하면 잘할 수 있는 직업이다. 너처럼 노력하는 아이에게 꼭 맞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당시 수학과 물리에 약했던 제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이과를 택한 건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왔죠. ‘수학을 잘해야 의사가 될 수 있는가’는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아요(웃음). 의사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입니다. 하루일과 중 대부분을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시간을 쏟는 의사에게는 뛰어난 수학능력보다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는 소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 원장님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인 권위자로 꼽히시는데.
△ 코에 종양이 생기면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을 여성·어린이 환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얼굴 한복판에 일생동안 흉터를 가지고 살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저는 환자들의 질병을 완치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에요. 코에 내시경을 집어넣어서 종양제거에 도입할 수 있으면 얼굴 부위에 수술흉터가 남지 않습니다.

수면무호흡은 역사가 짧은 새로운 분야예요. 단순한 질병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인간 수명의 10년을 단축시킬 정도로 건강을 위협시키는 분야입니다. 예상 외로 이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도 아직 진단이나 치료가 확립된 분야는 없습니다. 코종양과 수면무호흡 분야는 아직 연구, 발전시켜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 미완성 학문으로 학계의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저의 연구가 코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 일생동안 최고로 삼아온 가치관이 있으시다면.
△ 고리타분한 말로 들리지도 모르지만 저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문구를 고등학교 시절부터 즐겨 쓰곤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남은 건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죠. 의사가 최고의 명의라고 해도 인간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의사는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는 동시에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학생 때나 의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서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겁니다.


-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힘들었거나 보람 있었던 기억은.
△ 환자의 질병을 완치시키고 싶어도 의사의 능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지만 하늘은 사람을 치유한다는 말이 있어요. 의사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100% 완치는 힘듭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사랑받는 딸과 아들로서 혹은 어느 분야의 촉망받는 권위자가 사회에 나가 여전히 할 일이 많은데도 병실에서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볼 때면 의사로서 한계가 느껴져 가슴이 아픕니다.

가장 보람있는 일은 그 반대의 경우죠. 3~4년간 네다섯 번의 힘든 수술과정을 반복해서 거치다 보면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지치기 마련입니다. 1/4로 크기로 떼어낸 얼굴 흉터 부분에 몸의 다른 부위에서 떼어낸 살을 붙이는 힘든 과정을 버텨내 완치된 환자를 보면 마치 제 일처럼 기쁩니다. 질병을 이겨낸 환자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 코질환으로 고민하면서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에게 조언한다면.
△ 많은 사람들이 수면 중 코를 고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너무 흔해서죠. 코골이는 수면 중에 생기는 일종의 호흡 잡음이에요. 호흡할 때 들이마시거나 내쉬는 공기가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다양한 소리를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코골이 때문에 수면 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수면무호흡증이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저산소증으로 인한 심폐혈관계 합병증, 치매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요. 우리나라 국민 중 30~40%가 코골이를 겪고 있는데 그 중 정작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1%에 불과합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어느 부위가 막혔는지 조기에,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정년퇴임 이후에 이 원장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요.
△ 은퇴 이후의 제 모습을 생각해본다면 지금보다 환자 곁에 더 가까이서 진료하는 의사로 남고 싶습니다. 수십 년간 환자들을 보살피는 일을 해 왔지만 대학교수라는 직업을 병행하다보니 교육이나 연구에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3차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일선 병원을 거친 후 의뢰되는 환자만을 치료하는 의사생활을 해왔던 게 사실이에요.

정년퇴임 이후엔 현장에서 환자들과 좀 더 밀접하게 호흡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1차 병원에서의 의료 봉사활동도 또 다른 ‘제2의 인생’ 그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공공의료를 실천하기 위해 건강증진병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연계한 이 사업은 환자의 건강증진평가 실시, 맞춤형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최초로 세계보건기구 건강증진병원(WHO-HPH) 승인도 획득했다.

공공의료사업단은 연간 28억원을 들여 무료 당뇨합병증검진 255건, 전당뇨환자관리 30건을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시가 기획하는 연합 나눔진료봉사단에 참가해 의료소외계층을 위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최상의 의료를 모든 시민에게(Best for Most)’는 보라매병원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보라매병원은 치료비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환자치료와 시설을 최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행려병자부터 부자까지 모든 서울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병실료나 진료비가 굉장히 저렴하다. 보라매병원의 2인실 병실료는 9만원가량이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등 ‘빅4’ 대학병원과 비교하면 30% 수준이다. 중소 대학병원과는 60% 차이나 난다. 위 수면내시경의 환자 추가 부담비용도 다른 병원의 50%에 불과하다.


김미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