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품질로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값싼 제품이 아니라 향상된 품질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찾는 차를 팔겠다는 것이다.
2일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영국 BBC의 유명한 자동차 리뷰 프로그램 ‘톱기어(Top Gear)’는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기아차의 유럽 전략 차인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합리적인 가격의 차’로 선정됐다. 이날 진행자들은 “가격에 비해 놀라운 성능을 갖춘 차”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불과 6년 전 2004년 ‘톱기어’의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은 현대차 엑센트를 “싸구려 점심값만도 못한 차”라고 혹평하면서 바퀴를 단 냉장고를 옆에 두고 냉장고를 지칭하며 “이 차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차 이름(Accent)을 ‘accident(사고)’라고 부르면서 급기야는 차를 때려 부쉈다.
현대차는 올 2월 영국에서 ‘올해의 자동차 메이커’에, 현대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는 ‘최고의 선택’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24일에는 시장 조사업체 JD파워가 유럽에서 발표한 ‘종합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기아차 경차인 모닝은 독일, 씨드는 영국에서 차급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온라인 마케팅 조사 업체인 ‘컴피트’는 지난 5월 한 달간 ‘가장 많이 구매를 고려한 차량’으로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를 꼽았다. 컴피트가 발표한 모델별 구매고려 고객 순위에서 쏘나타는 구매고려 고객이 13만2604명에 달해 포드 퓨전(10만6970명)과 혼다 어코드(8만9473명)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미국 소비자의 차량 구매시 구매 고려 차종을 조사하는 컴피트의 조사는 향후 판매량 추이를 알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의 아반떼(컴팩트카)와 그랜저(대형세단)는 최근 도요타 캠리와 함께 미국의 유력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의 ‘베스트 중고 차량’에 선정됐다. 에드먼즈닷컴은 또 지난달 현대차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를 ‘2010년 베스트 다크호스 모델 톱 10’에 선정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해외 호평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해 공격적 마케팅에 힘입어 시장지배력을 크게 높였다. 지난해 1분기 99만2000대였던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4분기 138만5000대로 대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세계 시장 점유율도 7.0%에서 8.6%로 높아졌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최근 품질 우수성을 고객들에게 체계적으로 인식시키는 고객과의 ‘품질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퀄리티 마케팅을 도입해 ‘Best Buy Brand(가장 사고 싶은 브랜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올해 품질검증 기준 강화 등 품질 강화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글로벌 브랜드 조사업체인 인터브랜드사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브랜드 가치는 46억 달러를 기록해 글로벌 100대 브랜드 가운데 69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2005년 84위에서 2007년 75위, 2008년 72위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