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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대장이야기]월드컵 거리 응원 후 좌욕으로 치질 예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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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

승인 : 2010. 06. 14. 14:07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원장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원장

[아시아투데이=이순용 기자] 월드컵 시즌이 개막되며 우리나라는 첫 경기에서 쾌하고 짜릿한 승리를 맛보았다. 경기가 열린 지난주 토요일에는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길거리 응원에 나서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대장항문 전문의인 필자로서는 궂은 날씨에 오랜 시간 길바닥에 앉아 응원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혹시 건강에 문제는 없을까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 응원 물결을 보며 문득 작년에 병원을 다녀간 A씨(남, 40대)가 떠올랐다. 당시 A씨는 공사 현장에서 벽돌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점심식사 때나 쉬는 시간에도 항상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는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그 동안 조금씩 기미를 보이던 치핵이 악화됐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실제로 A씨처럼 평소 치질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바닥에 앉을 때 자리를 잘 가려야 한다. 차갑고 습기가 찬 곳에 오래 앉아있으면 항문 주위의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치질이 악화될 수 있다.

치질은 크게 항문벽에 혹이 생기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부위에 고름이 잡히는 치루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전체 치질의 60~70%를 차지하는 치핵은 항문 부위가 차가운 곳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더욱 심해지며,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 급성 혈전성 치핵이다.
급성 혈전성 치핵이란 환자 본인도 모를 정도로 작았던 항문 주변의 치핵이 밤톨만한 크기로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 일반 치핵은 피가 비교적 잘 순환되어 만져보면 부드러운 반면, 급성 혈전성 치핵은 혈관에 피가 엉기면서 혈전을 만들어 딱딱하다. 급성 혈전성 치핵이 생기면 평소 대변을 볼 때 밖으로 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던 치핵이 크게 부어서 밀어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고 통증도 심하게 된다.

급성 혈전성 치핵의 원인은 항문이 차가운 곳에 노출돼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또 피로와 스트레스, 음주, 수면부족, 무리한 배변 등도 급성 혈전성 치핵의 발병을 부추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술도 치질 악화의 또 다른 주범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류량이 증가해 치핵 부위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치질이 있다면 가급적 음주를 삼가고, 부득이하게 술을 마실 경우 소주 한 잔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길거리 응원도 열기를 더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야외에서 3시간 이상 차가운 바닥이나 습한 곳에 앉아 있게 된다면, 냉기와 습기를 차단하고 온기를 보존해 주는 깔개를 사용하고, 귀가 후에는 5~10분 정도 온욕이나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죄욕은 청결 유지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어 치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이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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