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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대장이야기]부끄러움 때문에 헐어버린 항문

[이동근 대장이야기]부끄러움 때문에 헐어버린 항문

기사승인 2010. 06. 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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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아시아투데이=이순용 기자] 여성 치질 환자들은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도 고통에서 견디기 힘들 정도나 돼야 의사에게 치료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두달 전쯤 복합치핵 수술을 받고 퇴원한 A씨(32, 여)는 “평소 딱딱한 변과 설사가 번갈아가며 나왔다”며,“처음에는 배변시 약간의 출혈과 함께 항문에서 치핵이 돌출했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그런 대로 견딜 만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런 상태에서 혹시 자연치유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다 질환부위를 내 보이는 게 너무도 부끄러워 방치해둔 게 3년째가 됐다고 했다.

문진 후 A씨의 치질상태를 검진해보니 부끄러움 때문에 방치했다고 하기엔 항문이 치핵덩어리들로 심하게 너덜너덜 했다.

A씨의 경우는 내치핵과 외치핵이 동시에 생긴 복합(혼합)치핵이다. 복합치핵은 항문에서 약 2cm 윗부분에 있는 치상선을 기준으로 상부(내치핵)와 하부(외치핵)에 동시에 치핵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치질은 크게 항문벽에 혹이 생기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부위에 고름이 잡히는 치루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이 치핵이며, 전체 치질의 60~70%를 차지한다.
치질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변비를 꼽을 수 있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서 신문을 보거나 차고 딱딱한 바닥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장기간 앉아서 업무를 보는 일 등이 모두 항문 주위 혈관을 팽창시켜 치핵을 유발한다. 또한, 섬유질이 적고 동물성 단백질이 많은 서구형 식단은 변비를 악화시켜 배변 시 항문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치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질은 크게 4단계로 진행되며 단계별로 증상도 다르다. 1기는 대변시 출혈만 있는 정도이며 2기가 되면 대변시 항문밖으로 치핵이 약간 돌출됐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3기는 대변시 치핵이 항문밖으로 돌출 후 저절로 들어 가지 않고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다. 4기때는 대변시 항문밖으로 돌출된 치핵을 손으로 밀어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심하게 밀려나와 들어가지 않는 상태를 탈항이라 부른다.

치질은 반드시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실제로 치핵의 80%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1~2기 정도라면 병원을 가지 않고 자가치료도 가능하다. 하루에 한 번씩 변을 보는 연습을 하고 식이섬유와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항문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좌욕을 병행한다.

섭씨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서 15분 정도 좌욕을 하면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을 도와 치질을 완화시킨다. 치질 예방 차원에서는 하루 1회로 충분하지만, 치질이 심할 때는 3~4회 정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치질이 심해 고통이 심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 대장항문외과에서는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부터 수술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3기 이상 진행된 치핵, 탈항, 치루, 만성치열일 때는 환부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한데, 특히 치루와 탈항은 저절로 낫는 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수술로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치질 수술 후에는 적어도 3일 정도 입원해 병원치료를 받게 된다. 항문은 워낙 예민한 기관이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 관리가 필요하며,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경과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받거나 갑작스런 출혈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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