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동근의 대장이야기]밀어낼 힘조차 없는 노인변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355079

글자크기

닫기

이순용 기자

승인 : 2010. 05. 06. 12:29

얼마 전 알츠하이머(치매) 병을 앓고 있는 K(76세)가 진료실에서 진찰을 받으면서 “보통 4~5일에 한번 관장을 해서 변을 보는데, 깜박 잊고 관장시기를 놓쳐 변을 보지 못해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K씨의 상태는 배가 약간 불러오고 변이 자갈처럼 굳어서 배 부위에서도 만져졌으며, 직장에 손가락을 넣어보니 주먹만한 돌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졌다. 우선 입원을 시키고 수액을 투여해 변을 녹이는 세정제를 3일간 투여한 뒤, 변을 녹여 배출 시켰다. 이후 매일 관심을 가지고 장운동을 시키고 변을 부드럽게 하는 치료와 직장의 변을 빼내는 3가지 치료를 병행한 결과 매일 배변을 볼 수 있게 됐다.

K씨와 같은 노인성 만성 변비는 변을 볼 때 무리하게 힘을 주게 만들어 실신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증상이나 병력에 따라 대장내시경 검사, 대장엑스레이 촬영, 장 통과 시간 측정, 배변조영술, 항문 내압 측정, 항문직장근육 반응검사 등을 실시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노인에게 변비가 많은 이유는 활동량이 줄고 신체와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대장의 운동기능이 약해져 변이 대장에 가득 차도 변을 밀어낼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변을 보지 못해도 불편함을 잘 못 느끼지만 배를 만져보면 왼쪽에 딱딱하게 변이 만져진다.
노인 변비는 초기에 진단이 되면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오래 방치할 경우 대장이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대장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수도 있다. 너무 나이가 많으면 수술도 어려워 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아무 때나 변이 흘러내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기도 한다.

노인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과 배변습관의 개선이 최우선이다.

노인들은 흔히 씹는 것이 불편해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찾지만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기 위해선 식이섬유와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잡곡밥, 고구마, 과일, 생야채, 된장국, 토란국, 미역국 등이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한 대표적인 식품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두컵 정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후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 말고 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좋다. 변의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아침식사 후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때 화장실에서는 5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외에도 적당한 운동과 복부마사지를 통해 변비를 완화시킬 수 있다. 가벼운 산책이나 맨손체조 등 전신운동을 하면 장운동이 함께 된다. 앉거나 누워서 오른쪽 아랫배에서부터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배를 문질러 주는 것도 장운동에 도움을 주어 변의를 유발하게 해준다. 한번에 1분씩 하루 2회 정도 해주면 좋다.

간혹 대장암이나 직장암이 원인이 되어 변비가 생길 수도 있으니 50세 이후엔 5년마다 한번씩 대장내시경을 받아봄이 바람직하다.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원장
이순용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