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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정부 뭐하냐”

[기획]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정부 뭐하냐”

기사승인 2010. 03. 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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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피해에 대한 금전배상 강제집행 가능
주원 기자]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정부는 뭐한답니까?”

최근 대구시내 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은 끝에 생명을 빼앗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층간 소음 분쟁이 만연해 있지만 정부는 문제 해결을 아파트 주민들에게 떠넘긴 채 방치하고 있어 대책마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수도권 아파트 거주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사건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정부의 미온적인 층간소음 대책이 참극을 부른 셈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30여년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최모씨(42)는 “밤늦게 윗집에서 청소에 빨래까지 하는 통에 매일매일이 괴롭다. 몇 번 올라가서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때 뿐이다”라며 “내가 언젠가 이런 일이 한번 터질 줄 알았다. 집은 편히 쉬는 공간인데 소음때문에 쉬지 못하면 성질이 안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오래된 아파트 뿐만 아니라 신축 아파트도 소음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8년 8월에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과천시의 한 브랜드 아파트에서도 위층의 음악소리는 물론, 목욕하는 소리와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었다.

입주민 김모씨(38ㆍ여)는 “위층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소리는 물론, 샤워소리, 설거지하는 소리가 생생히 들릴 정도”라며 “건설회사의 브랜드 이름만 믿고 입주했는데 실망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층간소음과 관련된 법은 환경부 소관인 ‘소음진동관리법’과 국토해양부 소관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주택건설기준)’이 있다. 하지만 소음관련항목이 담당 공무원도 의아해 할 정도로 엉성해 크게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진동관리법상 ‘생활소음ㆍ진동의 관리’ 항목에는 ‘시ㆍ군ㆍ구청장은 주민의 정온한 생활을 위해 소음을 규제해야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겨 놓은 상태다.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는 현재 규제대상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층간소음 민원 통계도 집계하지 않고 있다”며 “구청 등에 민원이 접수될 경우 당사자 간 합의를 하라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주택건설기준에는 2004년 이후 ‘각 층간 바닥충격음이 경량충격음은 58데시벨 이하, 중량충격음은 50데시벨 이하의 구조가 되도록 할 것’이라는 항목이 신설됐지만 실제로 소음민원 중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층간소음은 5분간 평균 50~58데시벨의 소음이 측정되야 조정이 가능하지만, 실사 결과 해당 수치가 나오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당사자간 협의를 유도한다”며 “층간소음이 기준치에 달할 경우에는 60일내 쌍방간 소송이 없을 경우 정신적 피해에 대한 금전배상을 강제집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층간소음 기준이 왜 환경부 소관인 ‘소음진동관리법’에는 없고, 국토부법에 들어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모든 행정기준이 딱 맞아 떨어지면 실무자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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