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최정호성형외과 원장(성형외과전문의, 의학박사) |
그의 과장된 입술과 눈은 웃음과 친절이 강요된 우리의 일상을 상기해내게 한다.
그의 고정된 웃음은 기쁨의 표시가 아니라 슬픔의 메아리로 우리의 가슴에 밀려온다.
우리는 ‘외교적 미소’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우호적 평판이 중요해진 이유로 우리의 유전자에 조상들은 ‘외교적 미소’를 고정시켰다.
억지웃음으로 분장된 피에로의 얼굴은 우리의 감정에 ‘위장된 선의’를 선전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서글픔을 상기시킨다.
피에로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위선적인 존재이다. ‘위선’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겉으로만 착한 체함. 또는 그런 짓이나 일’ 로 정의되어있다.
우리는 자신의 죄는 감추고 타인의 결함은 귀신처럼 찾아내고자 하는 ‘도덕’이라는 장신구로 치장한 위선적 존재이다.
사람들은 자선을 베푸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둘러대지만 ‘자신이 인색하지 않고 자비로움을 가진 존재라는 평판을 얻고 싶어 한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은 드물다.
자선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의 일종임을 밝히는 것은 너무 속물적인 해석일까? “감사‘는 받은 은혜의 가치를 반영한다.
감사는 일종의 차용증으로 사람들의 ’평판‘에는 배푸는 사람의 은혜가 기록된다.
사람들은 착하게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착하게 보이고 싶을 뿐이라면 사람들의 선의를 왜곡하는 것일까?
근본적인 동인이 무엇이든지 ’자선‘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베푼 사람의 명예를 드날린다.
재벌들도 대통령도 궁지에 몰리면 재산의 기부를 약속하기를 반복하지 않는가? 정치를 비롯한 사람들이 벌이는 게임은 이 평판을 휘날리고 선전하고자하는 다툼이다.
사람들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아침에 세수하고 면도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고 말하면 과도한 일반화라고 비난할 것인가?
누구나 이러한 결심을 하고 세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신의 행위를 추동시키는 동인이 그렇다는 것이다.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그래서 용감할 뿐 아니라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살아가는 법을 아는 현명한 선택을 실행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가치가 화장이나 성형으로 오른다는 것을 자인한 사람이다.
삶의 위선적 의미를 인정하고 자신을 변화시킨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자신은 변화하지 않고 타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화해주길 주장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은 겸양의 미덕이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보여 지는 것에 대한 과도한 이상현상으로 ‘외모주의’가 비난받기도 하지만 성형수술에 대한 이러한 비판역시 ‘신포도’ 사고방식이라는 딱지를 떼기 어렵다.
자기는 못생기고, 무능하고, 늙었으면서 젊고 예쁜 사람을 시샘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먹지 못하는 포도를 ‘신포도’라고 우기는 것이 딴에는 ‘정신건강’에 좋을 지도 모른다.
또 성형으로 감추어진 외모의 결함을 개선하는 것이 비열한 속임수의 일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우리자신이 어떤 방식으로든 승리하기를 원하는 도박사임을 인정하자는 것은 비열한 속임수를 무조건 눈감아주자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 같은 존재이지만 ‘문명’이 지속되기 위한 ‘사기꾼’ 감별체계는 필요할 수 밖 에 없다.
비열한 배신자와 무임승차자를 색출하기위한 우리의 본능이 ‘평판’이라는 공공의 시험대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의도가 무엇이든 다수의 우호적인 ‘평판’을 얻어내야 번영할 수 있다. 성형수술은 ‘평판’의 긍정적 왜곡을 의도하는 시도이다.
과거 인간이 신의 피조물로서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하는 엄격함의 교의에 구속되었을 때 영국에서는 여성의 화장을 금지시켰다.
영국의회는 법으로서 남자를 속이는 화장을 금하고 교회는 화장한 여성이 지옥에나 어울린다고 협박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교활하고 비열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본성을 이해한 이후에야 우리는 합리적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성형수술이 교황에 의해 성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발표되기 전까지 성형수술 역시 이단적인 행위였다. 관점이 바뀌면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될 수도 있다.
이 땅에 성형수술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필요한 기관도 있고, 필요한 장소도 있다.
다수에게 이익이 된다고 절대선이 될 수는 없다. 약자가 존중받아야 하지만 강자나 지배자는 약자가 더 약해지고 가난해져야 지배력을 확대재생산 할 수 있다.
장애인이 보호되어야 하지만 비장애인의 행복 역시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
극빈자의 구휼이 필요하지만 중산층의 복지도 중요하다. 타인이 화장이나 성형수술로 예뻐지면 자신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진다.
여자들은 배우나 모델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며 그들의 결점을 찾아낸다.
이렇듯 각각의 계급의 이익은 서로 상충될 수 밖 에 없다. 같은 계급 내에서도 갈등은 여전하다. 강남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서초구에서 소각하면 서초구민에게는 억울한 부담이다.
한정된 재화를 차지하기위한 다툼은 격렬한 갈등의 영원한 원천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주장하되 일정한 규율에 따라야 한다. 쌍꺼플 수술이나 해서 먹고사는 별 볼일 없는 성형외과의사 이지만 제우스의 마지막 신탁을 들먹이며 지난 50년간 나에게 행복한 일상을 허락해준 이 공동체에 쓴 소리로 은혜를 갚고자 한다.
제우스는 수치와 복수의 여신이 떠나면 그 종족은 멸망할 것이라고 신탁을 내렸다.
불의에 대하여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고 죄악에 대하여 복수를 할 수 없는 공동체라면 곧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예언이다.
문명은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을 순치시켜 더불어 살아가게 해주지만 수치와 복수의 여신이 외면하고 떠난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야만이 견제 받지 않고 문명을 삼켜버릴 것이다.
<최정호 최정호성형외과 원장(성형외과전문의,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