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연습 중의 김연아와 이야기 하고 있는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 코치 /밴쿠버(캐나다)=AP연합 |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대답은 ‘예스(yes)’이다. 김연아는 24일(한국시간)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역대 최고점인 78.5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오서 코치는 그토록 원했던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코치로서 이루게 된다.
오서는 전설적인 피겨 스케이트 선수였다. 전세계에서 두번째, 주니어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 점프를 성공시켜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고 8년 연속 캐나다 챔피언에 올랐었다. 하지만 금메달은 목에 걸어보지 못했다. 두 번 출전한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특히 자신의 모국인 캐나다에서 열린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자국민 팬들을 실망시켰다는 자책감은 그를 계속 괴롭혀왔다.
‘브라이언들 간의 결투(Battle of the Brians)’라고 불렸던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의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의 대결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그친 오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앞서 탄 보이타노가 좋은 점수를 받자 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트리플 악셀 대신 트리플 플립을 택했던 오서는 점프에서 실수를 범했고 0.1점차로 보이타노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오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트리플 플립이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두번의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모든 캐나다인들의 기대와 희망을 무너뜨렸다”라며 당시의 좌절감을 설명했다. 당시의 충격으로 오서는 10년 동안 자신의 캘거리 동계올림픽 연기를 보지 않았다.
22년이 지난 뒤 동계올림픽이 다시 그의 모국에서 열리고 있다. 오서는 모국에서 금메달을 딸 기회를 다시 얻었다. 제자인 김연아를 통해서다. 뉴욕타임즈(NYT)는 이번 밴쿠버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에반 라이사첵(25·미국)의 코치인 프랭크 캐롤이 30년전 은메달을 따는데 그쳤지만 이번에 제자를 통해 금메달의 한을 풀었던 것과 비교하기도 했다.
큰 좌절과 슬픔을 이겨내고 제자를 피겨의 여왕으로 만들어 낸 오서 코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를 통해 그 아픔의 추억을 달랠 수 있을지 김연아의 경기가 기다려진다. /김지호 기자 w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