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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역사드라마 사실과 픽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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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기자

승인 : 2010. 01. 29. 14:26

KBS2 ‘추노’를 비롯해 SBS ‘제중원’, KBS1 ‘명가’ 등 ‘명품’ 사극들이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이들 사극은 과거 왕조 중심 이야기에서 벗어나, 노비를 쫓는 추노꾼(‘추노’), 조선 최초의 외과의사(‘제중원’), 농업으로 큰 부를 이룬 양반(‘명가’) 등 조선시대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조명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에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다.

이런 이유로 이 사극들은 역사책에는 없는 허구를 드라마에 적극 활용해 재창조하고 있다. MBC ‘다모’(2003),‘대장금’(2003) 이래 왕이 아닌 선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실+픽션’ 형식의 사극이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런데 이런 사극이 인기를 끌면서 극중 주인공이 살던 시대의 실제 모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추노꾼이 존재했는지, 조선 후기 의사로 활동한 선교사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현실 중 어떤 부분이 사실이고, 어떤 게 허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다.

◇‘추노’ “노비 사냥꾼은 있다. 그런데 멋진 사냥은 비싸다.”
△추노꾼=추노꾼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추노와 징채하는 사람’이라는 구절(숙종 35권 27년)이 있어 극중 장혁처럼 도망간 노비를 쫓는 직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숙종, 경종, 영조 때의 실록에도 ‘추노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어, 조선 후기에 도망간 노비를 붙잡는 일이 비일비재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극중에서 장혁 등 추노꾼 3인방이 멋지게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은 쉽지는 않은 일이다. 조선시대 말 한 필 가격이 황소나 심지어 사람인 노비의 가격보다 비싸 타고 다니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노비는 지금 돈으로 300만원이고 말 한필은 800만원에 이른다.

△소현세자 독살과 잔존 세력=‘추노’의 또 하나의 중심축은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그를 따르는, 오지호를 비롯한 잔존 세력의 역할이다. 실제로 소현세자는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다녀온 지 얼마 안돼 사망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죽은 소현세자의 핏자국이 검은색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극중에서 소현세자의 독살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오지호가 소현세자의 유일한 혈육인 원손을 추종하는 세력과 세력화를 꾀했던 것은 극적인 상상력의 결과다. 이 드라마의 담당하는 최지영 CP는 “인조와 소현세자의 관계를 근거로한 픽션”이라고 설명했다. 사료에따르면 인조 이후 소현세자의 동생인 봉림대군이 뒤를 이어 효종으로 즉위하고, 소현의 세 아들 중 막내 아들은 살아 남는다.

△노비에 낙인을?=드라마 초반 도망갔다 붙잡혀온 노비 공형진의 얼굴에 한자로 ‘노’라는 문신을 새기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런 잔인한 관행은 실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연산군 시절 도망치다 잡힌 노비의 뺨에 이런 낙인을 새겼다는 자료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중원’ “조선 최초 외과의사는 있다. 그런데 ‘착한’ 선교사는 없다?”
△황정=박용우가 연기하는 황정은 박서양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 박서양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 최초의 외과 의사가 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박서양은 1885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알렌과 함께 제중원(1885년)을 설립, 발전시킨다는 설정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에서처럼 1884년에 일어난 갑신정변을 겪는 것도 불가능하다. 알렌은 갓난 아기로 제중원 앞에 버려진 박서양을 거둬 의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알렌=극중 알렌은 고종의 지원으로 조선 말기에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을 세워 양반과 서민들에게 평등하게 의술을 베푸는 의료 선교사로 등장한다. 조선에 본격적으로 서양 의술을 도입한 것이다. 갑신정변으로 부상을 당한 명성황후의 조카 민영익을 치료하는 장면도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알렌이 미국의 제국주의 침탈에 앞장선 인물이었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어, 그가 의료 선교사로 조선을 위해 봉사했다는 내용은 의심의 여지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알렌이 운산금광채굴권(1895년), 경인철도부설권(1896년)을 획득하여 미국의 사업가들에게 넘겼다는 주장한다.

◇‘명가’ “최부잣집은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쥬’도 있다.”
△최국선, 최진립=이들은 모두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 최진립(김영철)부터 12대 최준까지 300년 동안 부를 이어온 실제 경주 ‘최부잣집’이 모델이다. 최진립은 가문의 기틀을 이룬 인물이고, 그의 손자인 최국선(차인표)은 농업으로 성공해 실질적으로 ‘최부잣집’의 부를 이뤘다. 최진립이 병자호란에서 전사하고, 최국선이 선구적인 농업으로 만석군이 된 뒤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다.

△유형원 등장=유형원(1622~1673)은 최국선과 같은 시기에 농업을 중시한 실학자다. 농촌에서 농민을 지도하며 실학을 최초로 체계화한 인물. 저서로는 '반계수록'이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두 인물이 동시대에 살고 같은 주제인 농업에 천착한 것은 맞지만, 두 인물이 교분을 유지했다는 사료는 없다. 이 드라마의 문소산 CP는 "두 인물이 동시대 사람은 맞지만, 둘이 실제로 교분을 가졌다는 것은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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