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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귀화인 1호 고위공직자’ 이참 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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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승인 : 2009. 09. 24. 11:25

파란눈의 키다리아저씨...관광한국 큰 꿈 품다
23일 한국관광공사 T2 마당에서 개최된 '수요주먹밥 콘서트'에서 이참 사장이 주먹밥을 팔고 있다. 판매 수익금은 결식 이웃을 돕는데 사용된다. 
                                                                                 /이재하 기자
‘푸른 눈의 사나이’ 이참 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한지 한 달여가 지났다.
그의 임명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지금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귀화 한국인 고위공직자 1호’라는 수식어와 함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리는걸 보면 캐릭터 자체는 일단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관광공사 내부에서도 “이번엔 뭔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그 또한 “이참에 한국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각오도 대단하다.
낯설고 물 설은 이 땅에 정을 붙이고 산지 31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그의 궤적을 쫒아가 본다.

이참 사장이 콘서트에 참가한 시민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다.
◇산청에서 기(氣) 받고 사장에 임명됐다

이참 사장은 지난 봄 경남 산청에 있는 한의학박물관을 찾았다.

옥새전각장 민홍규 선생이 우리나라 4대 옥새를 제작한 전각전이 이곳에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새가 만들어진 곳이다. 옥새를 만들만큼 범상치 않은 이곳은 뒤로 왕산이 있고, 옆으로 필봉산이 우뚝 솟아 국내에서 기(氣)가 가장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사람도 이곳에 서면 그 기가 느껴질 만큼 신비로운 곳이다. 여기를 다녀간 사람은 하나같이 그 기를 받아 모두 좋은 일만 생긴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 사장은 “산청에 다녀온 후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고 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 스스로 분명 좋은 기를 받았다는 말이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는 이런 좋은 소재가 널려 있는데 너무 획일적인 관광에 치우쳐 있다”면서 “한국관광은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에 심취한 이 사장이 너무 심미적인 건 아닐까.

이 사장이 스토리텔링에 푹 빠진 것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1978년 종교행사 차 한국을 찾은 이 사장은 한국문화에 매료돼 아예 눌러 앉아 한국여성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고, 1986년 한국으로 완전히 귀화했다.

이 사장이 한국에 와서 느낀 건 한국 사람들이 소박한 자기 것은 놔두고 남의 큰 떡만 본다는 생각이다.

“매력적인 한국문화가 있는데도 이를 잘 보여주지 못해왔다”고 진단한 그는 “주변의 작은 것부터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관광공사 내부에서부터 불을 지피고 있다.

스토리텔링 전 단계로 한국관광 슬로건을 하나씩 만들어 직접 사장에게 제출하라는 숙제를 냈는데 최근 참신하고 좋은 생각들이 넘쳐나 너무 좋다는 반응이다.

◇십자가의 아들이어서 이(李) 씨 선택

이 사장은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베른하르트 크반트로 구텐베르크대에서 불문학과 신학을 전공했고, 미국 트리니티신학대학에서 상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린에겐 드라마 ‘딸부잣집’에서 차령(하유미 분)과 결혼승낙을 받으려 고군분투하는 외국인 청년 ‘칼 토마’로 더 익숙하다. 귀화한 후 ‘한국을 돕겠다’는 의미로 이한우(李韓佑)로 이름을 지었고, 지난 2001년에는 ‘한국사회에 참여 한다’는 의미로 이참(李參)으로 개명했다.

발은 독일에 있고, 몸과 머리는 한국에 있었지만 아예 발까지 한국으로 온 셈이다.

그가 이(李) 씨를 선택한 것도 재미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성씨는 김, 이, 박인데 이중 이 씨가 발음하기 쉬웠고, 종교인답게 십자가(木)의 아들(子) 이어서 이 씨를 선택했다고 한다.

‘독일이씨’의 시조라는 그는 이 땅에 산지 31년, 개명 8년 만에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에 그것도 외국인으로는 처음 임명됐다.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표출됐다.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외국인 수장이 나올 때도 됐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점수를 주는 반면에 “한국에 그렇게 인재가 없냐. 쪽팔려서 못 살겠다”는 소리도 나왔다.

취임 1개월이 지나면서 그를 보는 시각이 변했다.

관광공사 내부에서부터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강성으로 이름이 높은 노조에서 조차 “구태의연한 관료스타일이 아니고 발로 뛰는 것이 보기 좋다”며 “잘 하는 일에는 힘을 실어주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취임 후 처음가진 월례조회가 바뀐 공기업 문화를 대변했다.

식순에 의해 딱딱하게 진행되던 조회가 샌드위치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파티형식으로 바뀌었다.

이 사장 스스로 “형식주의는 타파돼야 한다”며 “성공하는 회사는 조직내부관계자들이 릴렉스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고춧가루 뿌리는 걸 좋아하는 이 사장

이 사장은 개인적으로 고춧가루 뿌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피자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데 외국서 온 친구들도 맛있다고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고 한다.

“맵기만 한 고추에는 단맛, 쓴맛 등 온갖 맛이 들어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면 요리를 좋아하는 그가 사장이 되기 전까지 놓지 않은 끈이 바로 한식세계화다.
한식세계화추진단 일원으로 한식에 대해 많은 애정을 쏟은 그는 공사 사장이 되고 난 후 떡뽂기나 족발 등도 관광상품으로 팔기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그런 이 사장은 매일 바쁘다.

수첩을 들여다보니 하루 7-11개의 일정이 요일별로 꽉 들어차 있다.

1m95cm의 큰 키에 어디에서건 주목 받고 또 그만큼 성큼 성큼 걷는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이 사장은 자기 스스로 귀화한국인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참에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도 매일 가다듬는다.

맥주 보다 막걸리가 낫다는 그를 통해 ‘이참 표 한국관광’의 비상을 기대해보자.
                                                           /양승진 기자 ysyang@asiatoday.co.kr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1954년 독일 생 △1977년 독일 구텐베르크 대학 졸업 △1978년 한국 정착 △1986년 귀화 △1991년 Trinity Theological Seminary 대학원(미국) △1978-1993년 주한 독일 문화원 강사 △1992-1994년 한독상공회의소 이사 △2000-2006년 (주)참스마트 대표이사 △2000-2002년 한국방문의해 추진위원(문화관광부) △2001-2008년 (주)빅웰 회장 △2002-2003년 KTF 사외이사 △2004-2007년 기아자동차 고문 △2007-2008년 예일회계법인 고문 △2009년 현재 한식세계화추진단 위원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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