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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수정 교과서 발행 중단”..혼란 우려

法 “수정 교과서 발행 중단”..혼란 우려

기사승인 2009. 09. 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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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정권한 어디까지…
“역사교과서 내용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판단할 문제다.”(서울시내 모 고등학교 역사 교사) “교양서적과 제3자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역사 지식을 습득할 뿐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외우진 않아요.”(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저자의 동의·승낙 없이 내용을 수정한 역사교과서의 발행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일선 교사와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부장 이성철)는 김한종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등 저자 5명이 금성출판사와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 침해정지 소송에서 저자의 학문적 양심에 손을 들어줬다.

이날 금성출판사 측은 “수정 행위는 교과부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자구책이었다”며 즉각 항소의사를 밝혔다.

교과부 측에서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수정된 교과서를 각 고등학교에서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2심, 3심까지 가는 긴 법정공방 기간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정부가 교과서 수정지시 권한을 어느 선까지 가질 수 있느냐’였다.

재판부는 “출판 계약서에 ‘저자들이 교과부의 수정 지시 등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저자들이 교과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출판사가 저자의 동의없이 임의로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교과부 장관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수정을 명할 수 있다’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과, 저자와의 출판계약 조건 등을 들어 “저자와 발행자는 정부의 지시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로 이뤄진 수정사항은 모두 30곳에서 주로 친일파 청산과 남북 분단의 책임, 해방공간의 정치상황, 미군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 등을 설명하는 문구 위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2011년까지 현행 교과서가 그대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어서 교과부가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차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일선 학교에서 2011년까지만 사용되고 2012학년도부터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과목 자체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소송을 제기한 저자들은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의 혼란을 우려해 이미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 회수 조치는 소송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한종 교수는 “올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년부터 임의로 수정된 부분이 저자의 의사에 따라 재수정돼서 교과서가 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지난해 12월 말 교과부의 수정지시에 반발해 금성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올해 1월 본안 소송 및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번 승소 판결로 현재 교과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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