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압승은 선거 전부터 예견됐었다. 자민당이 일본의 경제발전을 이룬 공은 적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정경유착과 관료주의로 인한 폐해가 너무 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개혁 정책은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 빈부격차 심화,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고이즈미 이후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베 신조(安倍晋三),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체제는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전세계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는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던 일본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했고, 그 여파는 자민당 몰락을 앞당긴 결과를 낳은 셈이 됐다.
우리의 관심은 총리가 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다. 그는 아시아 공통 통화 창설 따위를 핵심으로 한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을 주창해 왔다.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물론 통상, 금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태지역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시아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주목하는 점은 한일관계의 재정립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반대, 국립추도시설 건설,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 중시 등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한일관계는 앞으로 보다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한국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밝은 편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는 등 대북 관계에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독도 문제 및 역사교사서 왜곡, 위안부 배상 등 과거사 현안은 여전히 미해결의 상태다. 대북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오랜 역사적 갈등을 해소할 미래지향적 신뢰관계의 구축이 절실하다. 새로운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의 발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