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친부의 동의가 절대 요건이 아닌데도 심판 과정에서는 친부의 ‘동의서’ 혹은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때로는 심문도 이뤄지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해인 2008년 1월 943건, 2월 317건에 달했던 신청건수가 올해 1월 127건, 2월 133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명철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성·본 변경신청은 자녀의 입학 시즌을 앞두고 1, 2월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동안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이 첫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신청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작년 1월 0건을 기록했던 기각률이 올해 1월 17건이나 기록한 점으로 볼 때 법원의 심문 과정이 신청자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조경애 상담위원은 “시행 초기 특히 지방의 경우 성·본 변경신청에서 법원의 심판이 있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됐는데 가장 큰 이유가 ‘동의서’인 것 같다”며 “우리나라 정서상 남편이나 시부모가 자식의 성과 본을 바꾸는 것을 달가워하겠냐”며 상담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류창용 변호사(법무법인 정암)는 “실제 성·본 변경사건의 대부분은 절차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기일을 따로 잡지 않은 채 끝나는 경우가 많아 신청자 본인이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 없이 직접 수행할 수도 있지만, 친부가 동의를 해주지 않는 사건의 경우 기간도 훨씬 오래 걸리고 기각되는 비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월 1심 법원에서 이혼 후 친부가 2세된 아들의 성·본 변경에 동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조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기각이 났던 사건이 항고심에서야 인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재혼가정의 이혼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본 변경을 허가받은 이후 다시 예전의 성으로 회복하는 절차 등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