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휴대전화용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퀄컴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한국에서 불공정 거래를 하다가 과징금 핵폭탄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에 대해 차별적 로열티 부과와 리베이트 제공, 특허권 소멸 후 로열티 징수 등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26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전 최고액이었던 지난 2005년 KT의 시내전화 담합에 대한 과징금 1130억원의 2배를 넘는 엄청난 액수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대해 이동통신분야 핵심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경쟁사의 제품을 쓸 때는 로열티를 자사제품의 5%보다 높은 5.75%를 받았다.
로열티 상한도 자사 제품을 사용할 때는 20달러, 경쟁사의 제품을 함께 쓰는 곳에는 30달러로 설정했다.

퀄컴은 또 지난 2000년 7월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CDMA 모뎀칩과 RF칩의 수요량 대부분을 자사에서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리베이트 규모는 2004년까지는 분기당 평균 420만달러, 그 이후에는 분기당 820만 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모뎀칩이란 사람의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고 이를 다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변조하는 휴대전화의 핵심 장치이며 RF칩은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의 송수신을 위한 장치다.

아울러 퀄컴은 특허권이 소멸한 후에도 기존 로열티의 50%를 내도록 계약, 국내 업체들의 기술료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동원 공정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은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의 이 같은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영업으로 국내 CDMA 모뎀칩 시장에서 한국의 이오넥스 대만 VIA 등 경쟁업체의 진출이 제한됐다”며 “이를 통해 퀄컴은 2002년 이후 98%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3년이 넘는 장기간 동안 조사를 벌여 지난 2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고 전원회의에서 총 6차에 걸친 논의 끝에 사상 최대 과징금을 결정했다.

송상민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이번 조치로 국내 모뎀칩과 RF칩 시장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가능해지고 가격 경쟁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부품 선택을 다양하게 할 수 있고 구매 단가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을 저장·재생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퀄컴이 경쟁 사업자의 영업을 제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심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