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한 참모의 탄식이다.
이 참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 보여준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 친노(親盧) 분신들의 충정이 가장 부러웠다”면서 “‘사면초가’에 처한 이 대통령에게 절실한 건 ‘실세’를 자처하는 측근들이 아니라 대신 죽을 수 있다는 각오로 보필하는 ‘참모’들”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노 대통령 곁에는 ‘왕실장’ 문재인 실장을 중심으로 천호선, 윤태영, 이호철, 윤후덕, 양정철, 김경수 등 386 참모진들이 5년 내내 정권과 고락을 함께 했다. 국회에 진출한 측근은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의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당시 청와대에 입성한 측근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곽승준 미래위원장, 장다사로 민정비서관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친이 직계들은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정두언, 권택기, 김용태 의원 등 친이계 소장파 7인은 ‘선상반란’을 주도하며 이 대통령에게 칼을 겨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분노와 배신감, 당혹감에 휩싸였다.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는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을 위한 추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내 친이계부터 전열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친이계 소장파들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절망감이 흘러나오면서 새로운 ‘코어그룹’을 시급히 형성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이 친이계 소장파와 친박계 인사들을 제외하고, 대신 친이 성향의 중진들과 우호적인 ‘제3지대’ 비주류 인사들을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친이계 좌장으로 세를 확장해가고 있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정몽준 최고위원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당내 권력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코어그룹’ 부재에 대해 ‘리더십’과 ‘소통’의 문제를 꼽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과 가치를 당내 측근들과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매사 국정운영 하나하나까지 자신이 직접 챙기면서 오히려 참모들의 역할을 축소시켰다는 지적이다.
/ 주 진 기자 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