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식은 중개업소가 입지 좋은 물건을 미리 선점해 버리는데다 시행사와 소비자 사이에 불필요한 중간 유통단계(중개업소)가 발생해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동탄, 용인 동백 등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내 일부 근린상가 점포를 중개업소가 소액의 계약금만 지불하고 확보(일명 '찍기')한 뒤 소비자들에게 고가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시행사는 중개업소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일반인이 분양가를 물어보면 중개업소의 프리미엄까지 합한 가격을 '정식 분양가'라고 공개한다.
이런 식의 분양으로 인해 현재 화성 동탄, 용인 동백지구 상가에 붙어 있는 프리미엄은 평당 300만-500만원, 20평짜리 점포의 경우 6천만-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중심상업용지 A근린상가 1층은 인근 중개업소에서 평당 3천800만-3천900만원 선에 팔고 있다.
이들 중개업소가 시행사로부터 넘겨받은 가격은 평당 3천400만-3천500만원. 중개업소는 가만히 앉아서 평당 400만원의 차액을 거뜬히 챙기는 셈이다. 시행사는 일반인들에게 이 상가의 분양가를 평당 4천만원이라고 알려줘 자연스레 중개업소의 판매를 돕는다.
동탄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중개업소가 좋은 점포를 모두 선점하고 있어 해당 상가가 꼭 필요한 사람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분양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소비자들의 선택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동탄 원주민 생활대책용지에 분양중인 B상가 1층은 시행사가 평당 3천100만원에 중개업소에 넘기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분양가는 평당 3천500만원으로 약정했다. 이 중개업소는 평당 400만원의 차액안에서 웃돈을 정해 되팔면 되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가 한창인 용인 동백지구도 마찬가지다. 이 곳 C상가는 중개업소가 시행사로부터 평당 2천200만-2천400만원에 넘겨받아 소비자에게는 이보다 비싼 평당 2천500만-2천700만원에 팔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같은 지구내 시행사가 직접 분양하는 상가보다 가격이 비싸다보니 소비자들이 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행위가 성행하는 것은 택지지구내 상가 분양 경쟁이 치열해지자 시행사는 중개업소 등을 통해 물건을 쉽게 팔고, 중개업소는 높은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는 등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유통구조가 상가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한다.
상가뉴스레이더 박대원 연구위원은 "동탄신도시 상가 분양가가 평당 4천300만원까지 치솟은 것도 따지고보면 찍기 분양의 영향이 크다"며 "입지여건과 주변 개발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꽤 높은 가격이어서 입주후 수익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점을 악용해 일부 상가는 건축허가도 받지 않고 중개업소를 이용해 '몰래 분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가격 거품을 줄이려면 가급적 중개업소보다는 시행사가 직접 분양하는 것을 택하고, 정상적인 건축 인허가 및 후분양 요건을 갖춘 현장인지 확인한 후 분양받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