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왼쪽>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동안 관계사 20여 곳의 사업장을 돌며 자신의 경영 방침을 현장 임직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앞으로 3개 사업장만 더 방문하면 모든 계열사의 현장을 한 바퀴 돌게 된다. 여기에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의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소통경영’이 있다.
지난 8일 SK그룹 모든 CEO와 노사 및 구성원 대표가 ‘고통분담, 고용안정’을 내용으로 하는 ‘SK 한마음 한뜻 대선언’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람을 강조한 소통경영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임금, 복지 등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CEO가 직접 찾아가 격려해주는 것만큼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게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임직원들은 지난 14일 작지만 소중한 행사 하나를 치렀다. 600여명의 임직원들은 이날 서울 남산에 올라 도시락을 먹으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2000년부터 10년째 진행한 행사였지만, 올해는 유독 의미가 남달랐다. 사측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경비 지원을 중단, 행사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직원 단합모임이 사라질 운명에 처하자 임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임원들이 600명분의 도시락과 간식비용 1000여 만원을 사비로 갹출했고, 김진수 사장<사진 왼쪽>은 아이스크림 600개를 내놨다.
최근엔 배당금 등 자기 몫(사재)을 출연하는 오너들도 등장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올해 2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최평규 S&T그룹 회장도 지주회사인 S&T홀딩스에서 받은 주식 배당금 14억원 전액을 계열사에 출연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출연금 가운데 2억원은 계열사 사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해외 어학연수원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며, 10억원은 최근 매출이 감소한 S&T대우 등 계열사의 연구개발 역량 유지 및 강화에 재투자된다.
최신원 SKC 회장<사진 왼쪽>은 재계 오너 중 처음으로 “경제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회장으로 누려 왔던 복지혜택도 줄이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최 회장은 각종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30년 가까이 묵묵히 실천해 온 기업인이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 아시아판 선정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지역 기부영웅으로 뽑혔다. 최 회장은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발표한 개인 기부자 가운데 현직 기업인으로는 최고액인 3억3200만원을 기부했다.
현대중공업의 민계식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사진 오른쪽> 등 2명의 CEO는 3월 부터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CEO 중 처음으로 경제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임금 전액을 반납키로 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현재 3년치 일감이 있고 2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이 있지만 최근 신규 수주 부진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삼화왕관, 오리콤 등 두산그룹 계열 6개 상장사 사장급 이상 경영자들은 최근 경기 불황 극복 및 고통 분담을 위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전량을 자진 포기하기로 했다. 이들 6개 상장사의 사장급 이상 임원은 모두 6명이며, 이들이 포기한 스톡옵션은 총 87만100주이며 행사 가격 기준으로는 189억원에 이른다.
앞서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재계 최초로 경영진이 모두 10% 이상의 월급을 삭감키로 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전 계열사 임원 300명은 월급의 10%를 반납해 모은 자금으로 인턴사원 300명을 뽑기로 했다.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 STX그룹 계열 대표이사 이상 사장단은 올해 급여 20%를 자진 반납키로 했으며, 임원들은 10%를 반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