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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퍼포먼스는 식민시대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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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09. 02. 08. 10:38

3주기 추모 세미나 열려 예술세계 재조명


“백남준은 미래를 향한 랜드마크입니다.”

최근 고(故) 백남준(사진) 선생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바우어마이스터는 그를 이렇게 규정하며 “백남준은 자신의 다른 작가들의 정신을 개방시키고 과거의 굴레를 벗겨냈다”고 언급했다.

'백남준의 선물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세미나에는 1960년대 독일 아방가르드 예술계의 프리마돈나로 통한 마리 바우어마이스터와 일본 출신 미술사가인 야마무라 미도리 등이 참석해 백남준과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백남준 생존 당시 막역한 사이였던 바우어마이스터는 "백남준은 이들에게 스스로가 진정성 있는 존재가 돼 오로지 내면의 음성을 따르라고 부추겼다"며 "그림 그리기는 학습이 가능하지만 진정한 사유의 방법은 교육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백남준은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했다.

이어 "'동양과 서양은 만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 둘은 백남준을 통해 예술과 교육, 사유에서 이미 만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그의 예술세계 근간을 일제 치하에서 보낸 유년시절에서 찾았다.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 씨는 "백남준의 퍼포먼스에서 보이는 과격함은 식민지 시대의 선택 앞에서 도망할 수밖에 없었던 한 개인의 절규와 같은 것"이라며 "그에게는 한반도의 상황이 안겨준 상처가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힘"이라고 분석했다.

함씨는 또 "백남준이 당시 폭압적 현실을 방관자적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했으나 시대의 폭력과 어둠에서 벗어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며 "이는 그의 예술세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백남준의 청년기를 연구한 시각문화연구자인 김수기 도서출판 '현실문화연구' 대표도 함씨와 유사한 견해를 내놨다.

김 대표는 "그는 한국의 근현대사 분기점에서 성장기를 보냈는데 그의 집안은 국내의 일반적 상황과는 달리 일제의 침략행위에 적극 가담해 제일가는 사업가로 발돋음한 아버지로 인해 가장 잘사는 축에 속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야기된 내적 갈등이 그의 삶과 예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마무라는 "백남준은 본래 작곡을 공부한 사람답게 시공간의 작동 방식에 극도록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며 "텔레비전 작업은 바로 '물리적' 음악을 통해 시공간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고자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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