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9 · 수원시 권선구)씨는 요즘 일요일도 없다. 남들은 불황이라 일거리가 없다고 하지만 그는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 최근 폐업하는 횟집이 늘면서 중고수족관 사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원래 수족관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는 쓰던 수족관을 떼어 수리해서 중고품으로 되파는 사업으로 아예 진로를 바꿨다.
그는 “최근들어 신제품의 거래는 거의 없지만 중고품은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며 “요즘 폐업하는 집도 많고, 남들이 불황일 때 일이 더욱 잘되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쓰리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겨울을 맞은 서민들의 마음이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고 있다. 하지만 불황속에서도 호황을 맞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냉장고를 사러 왔다는 박모씨(37·남·서울 중구)는 “중고물품도 쓸만한 게 많아 센터를 찾아왔다”며 “막상 오니 원하는 물건이 다 팔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재활용 센터 관계자는 “중고물품 사는 사람들이 몇 달 전부터 늘고 있다”며 “의외로 난방용품보다 사무용가구 등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경기는 유행이 지난 옷을 리폼해 주는 업계도 호황을 맞게 해주고 있다. 실제로 이대 근처 리폼하우스는 최근들어 손님이 크게 늘어 종업원들의 손길리 분주하기만 했다.
대학 3학년 오선미양(22 · 서울 서대문구)은 “묵혀두었던 옷을 꺼내서 들고 왔다”며 “다시 리폼해서 입으면 새 옷 한 벌이 생기는 것과 같은데, 요즘 유행하는 옷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리폼하우스 점장 유선종씨는 “올 겨울 매출은 20%이상 증가했다”며 “불황의 여파로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고급 의류를 새로 구입하기 보단 유행 지난 옷을 리폼해 입는 추세인듯 하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절약형 난방가전 제품의 인기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옥션에서는 전기매트·전기방석 등 절약형 부분 난방용품이 지난달 대비 100% 늘어났다. 특히 전기 온열매트는 좌우 분리형 제품이 구매 상위를 휩쓸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더블이나 퀸 사이즈의 경우 매트 좌우에 각각 따로 온도 설정이 가능해 혼자 사용할 때는 한쪽만 켜둘 수 있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이에따라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A사는 잔업도 불사해야 할 실정이다.
지속된 불경기로 출산 계획을 미루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콘돔의 판매량이 대폭 증가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전국 3300여개 GS25 매장의 11월 콘돔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23.7% 증가했다. 또 다른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1∼7월 콘돔 판매 증가율은 6.4%에 머물렀지만 8∼11월은 17.5%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막상 결과를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져 마냥 웃기만 해야 할지 국가정책과 어긋나 약간 당황스럽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