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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에는 정년 없다 황혼의 로맨스 ‘드라마 아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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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민 기자

승인 : 2008. 09. 25. 17:34

'노인의 성' 인식전환 필요...'열 효자보다 한명의 이성친구 원해'
최근 ‘엄마가 뿔났다’라는 KBS의 주말 가족 드라마에서 노년의 홀로된 춘추 80이 넘은 나충복 할아버지와(이순재 분) 안영숙 할머니(전양자 분) 사이의 뜨거운 연애가 화제다. 극중에서 청춘남녀 못지않게 정열적인 사랑을 나누는 둘은 최근에는 키스씬까지 선보였다.

공연계에서도 노년의 성과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인기다. 출연진 평균 나이가 61세인 뮤지컬 ‘러브’와 70대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만화가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최근 계속되는 인기로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이는 비단 드라마나 연극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직업에는 정년이 있을지 몰라도 성과 사랑에는 정년이 없다. 전문가들은 노인 당사자와 주변인 모두 성과 연애에 있어서는 정년이 없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대화, 포옹, 스킨십, 키스 등이 모두 성생활 = 올해 2월부터 사회복지관과 평생학습장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성교육 강연을 하고 있는 한국노인성교육연구소 임장남 박사. 임 박사는 강연 도중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에서 나충복 할아버지와 안영숙 할머니의 연애에 대해 노인들과 나눈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강연하던 중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할아버지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주장하자, 다른 70대 노인이 자신이 “실제 드라마와 같은 연애를 하고 있다”고 곧바로 반박을 했다는 것.

그 할아버지는 12년째 또래 할머니 이성 친구를 사귀면서 가족행사때 참여를 시키고 자신도 할머니의 가족 행사에 참여한다고 했다. 자녀들은 홀로된 아버지, 어머니의 애인을 아직은 ‘아저씨’나 ‘아주머니’라고 부르지만 모두들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임장남 박사는 “평생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노인들은 처음에는 ‘다 늙어서 낯뜨겁게 무슨 성이냐’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강연을 통해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며 “성은 늙어서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성욕 자체는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70대 할아버지는 부인과 각방을 쓰다가 강의를 듣고 다시 합방했으며, 60대 할머니는 70대 남편과 10년 가까이 각방을 쓰다 최근 다시 한 방에서 지낸 사례도 있다.

임 박사는 “노년이 되면 남성들은 발기가 잘 안되거나, 여성은 폐경기 이후 분비물도 잘 안나오는데 무슨 성생활을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하지만 노년의 성은 성생활은 삽입성교 중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다운 대화, 포옹, 스킨십, 키스 등이 모두 성생활”이라고 강조한다.

노년의 연애와 성생활은 곧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훨씬 더 건강하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결과다.

◇고령화사회 인식전환 필요 =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9.9%)이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6.4%)에 비해 3.5%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00년 총인구의 65세 이상 비율이 339만5000여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하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 오는 2018년이면 65세 이상이 14%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 2026년이며 20%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노인에 대한 관심은 단지 건강하게 사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 또는 만족스런 삶이라는 문제로 관심 영역이 넓혀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적당한 성적 만족이나 이성교제, 노혼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노년기의 성 활동은 삶에 대한 자신감을 주며, 부부연대와 가족의 화목을 가져온다.

임장남 박사는 “스페인을 여행할 당시 거의 모든 노인들이 이성과 함께 다정하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는 것을 보았다”며 “이혼하러 가거나 부부싸움을 한 직후가 아니면 거의 모든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은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노인들이 사회적 전통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민망한 일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

한국부부행복연구소 최강현 원장은 “노인들은 자녀들이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연애나 성에 대해 숨기거나 재산문제로 분쟁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이성과의 연애나 재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열 효자보다 한명의 이성친구가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사회가 노년의 성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고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의 그늘, 노인성병·성폭행도 늘어 = 이 같은 고령화 사회로 인한 사회 문제 중 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들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 노인들의 성매매 율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노인 성병환자가 증가추세를 보이는가 하면 노인의 성범죄도 늘어나고 있는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병으로 병원을 찾는 노인들은 2002년 6557명에서 매년 11% 이상씩 증가, 2006년에는 1만2509명에 이르러 최근 5년간 성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노인들이 2배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성범죄로 이어져 노인 성범죄자는 2002년 272명에서 2006년 598명으로 2.2배 이상 늘었다.

성폭행으로 피해를 입는 노년 여성들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61세 이상 여성의 성폭행 피해건수는 2003년 96건, 2004년 159건, 2005년 211건, 2006년 217건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임 박사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사회 문제로 부각된 노인의 문제 중의 하나가 ‘4고(苦)’ 즉, 심신의 건강 상실, 경제적인 의존, 인간관계의 단절, 사회적 역할 상실”이라며 “고독 중에서도 홀로 된 노인들의 고독감과 소외감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인들에게 건강한 이성교제와 성생활이 있다면 이러한 성병이나 성범죄뿐만 아니라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자살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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