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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笑첩]‘친절한’ 현대차

[기자笑첩]‘친절한’ 현대차

기사승인 2006. 03. 1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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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의 요즘 행보가 석연치 않다.

그룹 전체에 '비상'이 걸려 경칩(驚蟄)을 며칠 넘긴 요즘도 현대차엔 찬바람이 감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선포한 비상경영을 '엄살'이라고 폄하하며 비아냥댄다.

그런데 이런 얘기들이 단순한 비아냥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그룹 안팎에 난기류를 형성하고 있어 우려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체로서 유가급등과 환리스크에 따른 이중고가 다른 업종보다 심각한건 사실이다.

지난해 1조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영업이익률도 3년 연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비상시국'으로 볼만도 하다.

현대차 경영진은 글로벌 경쟁을 염두에 두고 미래경영을 하자면 지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비용절감의 고삐를 잔뜩 죄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의 비상경영체제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재계 매출 2위 대기업의 비상경영이 오히려 경제불안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협력업체 납품단가 10% 인하조치에 직면한 부품업체들은 이를 대기업의 '횡포'로 받아들인다. 불공정거래 시비로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대리점협의회도 현대차가 이른바 신차 '밀어내기'나 글로비스 등 계열사 '밀어주기'를 강요한다면서 공정위에 제소한 상태다.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을 계열사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자칫 내홍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현대차측은 최근 몸을 낮춰 여론의 향배를 예의 주시하는 눈치다.

10일 현대차는 각 언론사에 '친절한' 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열린 3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을 설명하는 자료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오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현대차는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올렸다.

비상경영 선포로 직원 임금동결을 끌어내고도 정작 경영주체인 이사 보수를 올리면 비난여론이 조성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이를 염려한 듯 "이사 보수한도는 상한선을 규정하는 것으로, 향후 이사 충원 등의 변수를 고려해 정했다"면서 왜곡된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지급될 이사 급여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김동진 부회장은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히 맴돌아 개운치가 않다.

현대차가 지난해 등기이사 7명에게 지급한 급여는 48억여원이다.

비상경영을 공표한 마당에 눈총 받을 게 뻔한데도 굳이 100억원으로 보수한도를 끌어올린 저의는 뭘까.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직인 등기이사의 선임을 주총에서 매듭짓지도 못한 채 향후 선임 여부가 불투명한 이사를 위해 30억원을 증액한 것이 대기업의 격에 맞는 결정인지, 곱씹어보지만 현대차의 해명은 왠지 궁색하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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