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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MB정부 ‘10·4선언’ 무시와 외교 퇴보

[칼럼]MB정부 ‘10·4선언’ 무시와 외교 퇴보

기사승인 2008. 08. 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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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 정성장

김대중 정부 시기에만 해도 남한정부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을 가지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해 서방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 접근에 대해 많은 서방 국가들이 공감하여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 말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동시기에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이 추진되기도 했다. 게다가 2002년에는 고이즈미 일본 수상과 김정일 총비서 간의 제1차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기본적으로 계승한 노무현 정부는 제2차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대신 북한과 미국 간의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도출되는데 일조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이 직접대화를 통해 2.13합의와 10.3합의라는 한반도 비핵화 관련한 주요 성과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가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력이 자연스레 증진되었고, 그 결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처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확대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과연 한국 외교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가?

지난 7월 2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의장성명을 통해 “참가국 장관들은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 사건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동시에 “장관들은 회담에서 작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10.4선언을 주목한다”면서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ARF 폐막 다음날인 25일 10.4남북공동선언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언급이 삭제된 의장성명 ‘수정본’이 발표되었다. 의장성명 수정본이 나오게 된 데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언급에 대한 북한 당국의 거부감과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표현에 대한 남한 당국의 거부감 그리고 이에 따른 양측의 '이의 제기' 또는 수정 요구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는 표면적으로 “정부 입장은 10.4 선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간 남북이 합의했던 7.4 남북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6.15 정상선언, 9.19 공동성명 등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가 지금과 같이 경색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는 10.4선언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1일 유엔총회는 “10.4 선언을 환영, 지지하고 이의 충실한 이행을 권고하며 남북 간 대화, 화해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원을 요청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지지한 10.4선언에 대해 이명박 정부만 지지를 거부한다면 그로 인해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되고 외교적 고립이 초래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이명박 정부는 앞선 정부와의 준비 안 된 차별화에 집착하여 10.4선언을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기존의 편협한 당파적 입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 간 기존 합의도 존중하지 않으면서 북한에게만 금강산 관련 실무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선언을 지지했던 국제사회로부터 조롱받지 않고 북한에 의해서도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10.4선언에 대한 존중 입장부터 명확하게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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